[평창올림픽 결단식] "최고 올림픽으로" 다짐했지만...단일팀·빙상 이슈에 어수선

“북한 선수들의 합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는 지시라도 있었던 건가요?”

“….”

선수들은 말이 없었다.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단 결단식. 최초의 안방 동계올림픽을 약 2주 앞두고 진행된 결단식인 만큼 뜨거운 각오가 넘쳐나야 했지만 행사장 분위기는 어딘지 무거웠다.



결단식 뒤 도핑(금지약물) 교육을 받으러 가던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취재진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닫았다. 올림픽 각오에 대해서는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 특히 (조별리그 같은 조인) 일본은 꼭 이기고 싶다”고 했지만 논란이 큰 남북 단일팀에 대한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북한 선수 12명을 우리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한다는 남북 정부의 합의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에 따라 북한 선수단은 25일 우리 대표팀에 합류한다. 북한 감독 또한 진천선수촌을 찾을 예정이어서 북한 선수의 출전 시간 배분을 놓고 남북 단일팀 감독인 새러 머리(캐나다)와 마찰을 일으킬 여지도 있다. 물론 갑작스러운 외부 선수의 가세로 조직력 와해와 우리 선수 출전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여전하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북한과 단일팀을 이룬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면서 “평화올림픽을 위해 출전 시간을 양보한 우리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기억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결단식 참석 선수 중에는 여자 쇼트트랙 주장 심석희도 눈에 띄었다. 심석희는 선수촌에서 최근 대표팀 코치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줬다. 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나머지 선수촌을 이탈했다가 돌아왔다. 심석희는 이날 역대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선배들의 ‘셀카’ 요청에 밝은 표정으로 임하는 등 의연한 표정이었지만 현재 대표팀 분위기는 밝을 리 없다.

김선태 쇼트트랙 총감독은 “심석희가 (사건 이후) 100%는 아니지만 거의 정상훈련을 소화하고 있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강하고 자기 때문에 팀이 영향 받는 것을 원치 않아 선수 본인도 겉으로 티 나지 않게 하면서 잘 추스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스피드스케이팅은 노선영의 여자 팀추월 대표팀 탈락으로 시끄럽다. 올림픽 팀추월에 참가하려면 개인 종목 출전권이 있어야 하는데 빙상연맹은 이 규정을 선수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행정 착오를 빚었다. 연맹의 말만 믿고 팀 경기에만 집중한 노선영은 결국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노선영은 2016년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노진규의 친누나라 안타까움이 더 크다. “동생을 위해 평창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던 노선영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한편 다음달 9일 개막해 17일간 펼쳐지는 평창올림픽에서 한국의 목표는 금 8, 은 4, 동메달 8개의 종합 4위다. 이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번 대회에는 90여개국에서 6,5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할 것으로 보여 4년 전 소치올림픽(88개국)을 뛰어넘는 역대 최다 출전국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7개 종목 146명인 한국 선수는 개최국 쿼터에 따라 대회 직전에는 15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치를 포함한 임원은 72명이다. 한국 선수단은 2월1일부터 종목별로 강원 강릉·평창에 마련된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한다. 한국 선수단의 공식 입촌식은 개막 하루 전인 2월8일 오후5시 평창 올림픽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