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흑백의 수묵화 같은 '雪國 평창'

[마이클 케나·펜티 사말라티 'Snow Land' 사진展]

흰눈에 덮힌 웅장한 평창 산 촬영

한폭의 동양화 연상…신비함 더해

사진 두 거장 '雪' 주제 80점 선봬

백색·검정의 정교한 톤변화 담겨

마이클 케나 ‘산행, 한국의 평창’ ⓒMichael Kenna /사진제공=공근혜갤러리마이클 케나 ‘산행, 한국의 평창’ ⓒMichael Kenna /사진제공=공근혜갤러리


‘이것은 수묵 풍경화가 아니라 아날로그 흑백사진입니다.’

강원도 삼척의 ‘솔섬’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세계적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65)가 다음 달 동계올림픽이 펼쳐지는 강원도 평창의 겨울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여름에는 울창했을, 가을이었다면 화려하게 단풍이 불타올랐을 평창의 웅장한 산을 흰 눈이 뒤덮었다. 화면 오른쪽을 가로지르는 소나무가 극적인 운치를 더한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먼 산과 가까운 나무의 거리감이 지워진 채 신비함을 더한다. 잎 떨구고도 꼿꼿하게 추위에 맞서는 빽빽한 나무들과 사시사철 한결같은 소나무가 모습은 달라도 한마음을 상징하는 듯하다. 케나는 지난 2012년 방한 당시 촬영한 사진을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 다음 달 25일까지 종로구 삼청로7길 청와대 옆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는 ‘스노우랜드(Snow Land)’ 전시에서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겨울의 상징인 눈(雪)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케나와 더불어 핀란드 출신 사진 거장 펜티 사말라티(68)의 2인전으로 2개 층 전시장에 나뉘어 기획됐다. 각각 40여 점씩 총 80여 점과 영상물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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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나 ‘쿠샤로 호수의 나무, 일본 홋카이도’ ⓒ Michael Kenna /사진제공=공근혜갤러리마이클 케나 ‘쿠샤로 호수의 나무, 일본 홋카이도’ ⓒ Michael Kenna /사진제공=공근혜갤러리


인물을 배제하고 자연 풍경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케나의 작품 속 나무는 일명 ‘철학자’로 통한다. 그 형상이 사색적일 뿐 아니라 관객까지도 명상에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찍은 눈 내린 소나무숲 길은 어둑한 하늘과 빛이 충만한 길 끄트머리가 극적인 효과를 이룬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첫 문장을 경험하게 하는 풍경들이다. 일본 홋카이도 쿠사로 지방의 명물이던 호숫가 오래된 나무는 세월만큼 굽은 허리가 삶의 지혜를 전한다. 결국 지난해 베어버리기로 결정된 나무를 케나가 촬영했고 기념 전시도 열렸다. 영국의 삭막한 공장 풍경을 서정적으로 찍었던 작가답게 골조만 남은 눈밭 비닐하우스마저도 낭만적이다. 손수 인화한 폭 20㎝ 정방형 흑백사진으로 유명한 케나는 올해부터 큰 화면이 어울리는 풍경에 한정해 대형작품을 4개 에디션으로 선보이기로 했고 이번 전시에 출품했다. 27일에 예정된 ‘작가와의 만남’에서는 한국의 DMZ를 촬영한 한정판 사진집과 함께 사인회가 진행된다.

펜티 사말라티 ‘핀란드 핀스트롬(개와 소년이 있는 나무)’ ⓒPentti Sammallahti /사진제공=공근혜갤러리펜티 사말라티 ‘핀란드 핀스트롬(개와 소년이 있는 나무)’ ⓒPentti Sammallahti /사진제공=공근혜갤러리


케나의 작품이 수묵화 같은 인상이라면 사말라티의 사진은 어릴 적 읽은 동화책 속 한 장면이 실제 삶 속에서 펼쳐진 따뜻한 풍속화의 느낌이다. 나귀가 묶인 시골 헛간 위로 맑은 초승달이 떠오른 풍경부터 눈 녹은 진흙탕에 빠진 자동차를 끌어올리려 애쓰는 동네 꼬마들의 웃음 나는 장면들은 추위를 잊게 할 온기를 전한다. 얼어들어가는 호수 위 살얼음 위에 잠시 앉은 새떼는 작가가 묵묵한 기다림 끝에 포착한 자연의 한 자락이다. 벼락 맞아 부러진 큰 나뭇가지가 공교롭게도 제 둥치에 가로로 걸쳐 십(十)자 구도를 이룬 작품은 피에타(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술을 끌어안은 성모자상) 못지않은 경건함을 풍기는데, 마침 나무 양 끝에 수평을 맞추기라도 하듯 새 두 마리가 내려앉아 사말라티 특유의 해학미를 풍긴다. 작가가 직접 암실에서 정교한 은염 인화기술로 뽑아낸 사진들이라 눈부신 백색부터 가장 어두운 검은색까지 톤의 변화가 정교하게 담기는 것 또한 흉내 낼 수 없는 특징이다. 전시 말미에 노을 무렵 소나무 아래로 휙 지나가는 까치 사진이 보인다. 지난해 방한 당시 청와대 주변 풍경을 찍은 것. 둘 다 외국인이지만 한국에 대한 적잖은 애정이 감지된다. 겨울이 춥지만 작품은 따뜻하다.

펜티 사말라티 ‘핀란드 헬싱키(소년과 세 개의 기둥)’ ⓒPentti Sammallahti /사진제공=공근혜갤러리펜티 사말라티 ‘핀란드 헬싱키(소년과 세 개의 기둥)’ ⓒPentti Sammallahti /사진제공=공근혜갤러리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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