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카드

디지털 마인드 있다면…카드사에 '문송'은 없다

이공학 지식·스펙 큰 의미 없어

다양한 관점·아이디어 등 중시

신한·현대카드는 테스트 통해

지원자 전문성·경험 등 검증

자격증보다 수상 경력에 방점

우리카드, 핀테크 수상자 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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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는 최근 ‘디지털 혁신’을 경영전략 키워드로 내걸면서 이에 적합한 인재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을 정확히 파악해 니즈에 맞는 포인트나 할인을 제공하며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빅데이터’를 강조하면서 관련 인력 채용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카드업계 최고경영자(CEO)들도 앞다퉈 “디지털 혁신 리더가 되라”고 임직원들에 당부하고 있다. 그동안 IT업계의 문화나 역량을 이식하는 데 금융권이 바빴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생활과 경험을 선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디지털 분야의 선봉장이 되라는 주문이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전공이나 스펙, 자격증 보다는 ‘디지털 마인드’를 지녔는지를 꼼꼼히 따지는 경우가 많다.

◇다채로운 시각 보여줘야= 디지털 바람이 부는 카드업계는 신입사원들도 변화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전공이 무엇인지, 이공학적 지식을 얼마나 갖췄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반도체 설계 같은 전문적인 이공학적 지식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문과생도 충분히 카드업계의 디지털 직군에 도전할 만하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하반기 채용에서 ‘디지털 패스’ 전형을 도입했다. 디지털 관련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담은 5분짜리 영상으로 평가를 받는 일종의 오디션 방식이다. 기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짧은 시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담아냈는지가 합격 포인트다. 실제 한 합격자는 신한카드의 판 플랫폼 개선 방안을 주제로 영상을 찍었다. 스마트폰의 쇼핑 검색 기능을 활용해 검색된 사물을 신한카드 할인 혜택이 있는 쇼핑몰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기능을 플랫폼에 담을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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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은 면접 전형에서도 지원자만의 철학과 통찰력에 큰 점수를 준다. 이를 위해 질문도 특정 지식을 묻기보다는 지원자만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데 중점을 뒀다. 면접관은 ‘디지털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시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철학을 읽으려고 한다. 최근 들어 다양한 시각을 가진 지원자들이 면접에서 눈에 띈다는 게 신한카드 측 설명이다. 신한카드의 한 인사담당자는 “기존에 많이 들어오던 상경계열 전공자보다는 컴퓨터공학·경영학, 경영학·미술사학 등 복수전공을 공부하면서 다채로운 시각을 가진 지원자들이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밖에 우리카드도 지난 하반기 IT부문 채용에서 문과 출신 지원자에게 합격의 문을 열었다. 핀테크나 스마트 금융에 대한 아이디어만 있어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자격증보다는 자체 테스트 진행= 지원자만의 철학이 합격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자격증이나 스펙은 전형 과정에서 중시되지 않는다. 하루 단위로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고, 앞서나가기 위해선 기존에 쌓아온 영어성적 등의 스펙이나 천편일률적인 자격증으로는 실무능력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한 직군을 뽑을 때에도 실무역량을 판단하기 위해 자체 테스트를 진행하거나 과거 경험을 검증한다. 현대카드는 개발직무의 경우 코딩 테스트를 진행하며, 프로젝트매니저(PM) 직무는 면접 과정에서 과거 수행했던 프로젝트 경험을 중점적으로 검증한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이공학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특별히 가점을 받지도 않는다.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굳이 자격증을 따는 데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자격증보다는 수상 경험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우리카드는 핀테크나 빅데이터 관련 수상자를 우대한다. 한 카드사의 인사담당자는 “최근 파이썬처럼 실제 업무에 많이 필요하면서도 자격증은 없는 고급 프로그래밍 기술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면서 “기술 자격증을 보는 건 오히려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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