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그동안 “6개 광역단체장을 지키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인재 영입 작업도 예상보다 쉽지 않은 탓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의 승부처라고도 할 수 있는 부산·경남(PK) 사수를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한때 PK는 대구·경북(TK)과 함께 한국당의 양대 ‘텃밭’으로 여겨졌던 곳이다. 하지만 이곳 민심이 예전 같지 않아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홍 대표도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6개 광역단체장을 지키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는 한국당 인사가 광역단체장을 맡고 있는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인천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최대 관심 지역은 단연 PK다. 일단 PK는 양 진영 모두에 정치적 의미가 상당하다.
PK는 1990년 3당 합당 후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서 보수 정당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창녕에서 태어나 경남지사까지 지낸 홍 대표에게 PK는 정치적 고향이다. 동시에 PK는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보수의 텃밭’이라는 PK의 정치적 성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민주당은 2016년 4월 총선 때 약세 지역이었던 PK에서 8명(부산 5명·경남 3명)의 당선자를 냈다. 지난해 5월 대선 때는 부산·울산지역 득표율에서 문 대통령이 홍 대표를 앞질렀다. 경남에서는 홍 대표가 문 대통령보다 많이 득표했지만 그 차이는 4.2%포인트에 불과했다. 민주당으로서는 PK가 ‘해볼 만한 지역’으로, 한국당 입장에서는 ‘마음 놓을 수 없는 지역’으로 뒤바뀐 셈이다.
한국당의 최대 고민은 인물난이다. 부산시장의 경우 여권은 정치적 무게감이 큰 인물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28일 현재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 차출론도 제기된다. 이 가운데 이 전 수석의 경우 최근 측근들에게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서병수 현 부산시장과 이종혁 전 최고위원, 박민식 전 의원 정도가 공개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현직인 서 시장 정도 이외에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할 때 인지도 면에서 여권 후보군에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홍 대표가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영입을 시도하던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나 안대희 전 대법관은 본인들이 일찌감치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물 건너간 상태다.
경남지사의 경우 여권에선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 차출론이 나온다. 한국당에선 직전까지 경남지사를 지낸 홍 대표가 ‘경남 채무 제로’ 실적 등을 앞세우며 민심 단속을 시도 중이다. 문제는 홍 대표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을 인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홍 대표가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줬던 박완수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상수 창원시장이나 경남지역 한국당 의원들도 후보로 거론되지만, 적극성을 보이는 인물은 아직 없는 상태다.
한국당은 일단 여권의 지지율 하락 가능성에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홍 대표가 최근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은 지지계층을 상대로 한 ‘관제 여론조사’에 불과한데 이것이 국민 여론인 양 둔갑해 시중에 나돌고 있다. 지방선거에서는 민심이 폭발할 것으로 본다”며 선거 승리를 자신한 것도 이런 기대감과 맥이 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