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항공기 제조사 봉바르디에사에 30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표결 끝에 ‘4대0’ 만장일치로 봉바르디에가 보잉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ITC의 판단으로 미 상무부가 내렸던 300%의 관세 예비판정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해 9월과 10월에 걸쳐 봉바르디에의 C시리즈 기종에 대해 반덤핑 상계관세로 300%를 부과하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봉바르디에가 캐나다 정부의 부당한 보조금을 지원받고 미 델타항공에 C시리즈를 원가 이하로 팔아 피해를 입었다는 보잉의 덤핑 제소를 받아들인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이에 반발해 공군 주력기로 보잉 제품 대신 호주 공군의 중고기 구매를 검토하는 등 양국은 대대적인 무역분쟁에 돌입했다.
ITC가 상무부의 조치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캐나다 일간 파이낸셜포스트(FP)는 변호사와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봉바르디에가 이번 통상분쟁에서 패소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자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ITC 소속 위원들이 전임 정부 때 임명된 것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ITC 위원 4명 중 3명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나머지 1명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당시 임명됐다. 이번 결정의 정확한 이유는 오는 3월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ITC의 결정이 나오자 봉바르디에와 캐나다 정부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봉바르디에는 성명을 통해 “ITC의 결정은 혁신·경쟁·법치의 승리이자 미국 항공사들과 여행객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크리스티나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도 “캐나다 정부는 앞으로도 보호무역 정책에 맞서 캐나다 항공 산업과 노동자들을 수호하겠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역시 트위터를 통해 “영국 산업에 좋은 소식”이라며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봉바르디에는 영국 연방 소속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C시리즈 부품 제조공장을 두고 수천 명을 고용하고 있다.
보잉은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사측은 성명을 내고 “봉바르디에는 미 항공 산업에 피해를 입혔고 우리는 부당한 관행의 부작용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며 “추후 공개될 ITC의 결정 이유를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