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베트남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의 한국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중국에서 돌아온 축구 대표팀을 환영하는 인파로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2층 버스에 올라타 ‘카 퍼레이드’를 펼쳤고 정부가 마련한 공식 축하행사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베트남 국기 금성홍기가 그려진 붉은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베트남은 23세 이하(U-2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에서 동남아 축구 역사상 첫 4강 신화를 넘어 결승 진출까지 이뤘다. 폭설이 내린 가운데 27일 중국 창저우에서 끝난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에서 베트남은 연장 후반 결승골을 내줘 1대2로 패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베트남의 AFC 대회 첫 준우승 성적과 함께 9,500만 베트남 인구는 ‘박항서 매직’으로 하나가 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 4강에서 탈락했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대표팀 취임 후 3개월 만에 ‘준우승 신화’를 쓰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우리에게는 2002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돕는 한국 대표팀 수석코치로 친숙했던 감독이다. 2002 월드컵 이후 2002 부산 아시안게임, 2004 아테네 올림픽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K리그와 실업팀 사령탑을 거쳐 ‘베트남의 히딩크’로 지도자 생활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박 감독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 후 축전을 보냈고 베트남 정부는 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박 감독은 “나는 여전히 베트남 축구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 더 알기 위해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며 “우리 선수들은 처음 겪는 폭설 속 경기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미래에는 베트남 축구가 더 많은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 번 박항서 매직을 선보이기 위해 3월 시작되는 베트남 프로리그부터 선수 발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