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300만 투자자 눈치만…창구 혼란 없었다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 실명 전환 첫날]

농협 전환대상 88만명 달하지만

창구 고객은 평소와 다름없어

코인원은 신규 가입 계좌 발급도

최근 투자열기 주춤에 관망세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실명제 실시 첫날인 30일 빗썸 을지로센터에서 투자자들이 실명확인 등의 절차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이호재기자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실명제 실시 첫날인 30일 빗썸 을지로센터에서 투자자들이 실명확인 등의 절차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30일 가상화폐거래실명제 시행으로 기존 가상계좌 보유자들의 실명확인계좌 전환이 시작됐으나 예상했던 창구 혼란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투자자들의 반응은 정중동이었다. 심지어 대형 거래소 중 한 곳인 코인원은 신규 가입자에게도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했지만 병목현상은 없었다. 최근 몇 주간 하락장이 지속된데다 실명제 전환이 시작됐어도 상승 모멘텀이 보이지 않자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대거 관망세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신한은행 등 가상계좌실명제 전환 대상 고객이 있는 은행의 영업점 창구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존 가상화폐거래소 이용자는 거래소와 계약한 은행의 계좌가 있어야 거래소에서 발급하는 실명확인계좌와 연동해 입금이 가능한데 은행 창구를 찾아 새로 계좌를 만들려는 수요가 몰리지 않은 것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가상계좌 보유자 102만명 중 농협은행 계좌를 가진 사람이 14%에 불과해 나머지 88만명은 은행에 와서 새 계좌를 만들어야 하지만 별로 방문이 늘지 않은 것이다.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의 본점 영업부 등을 둘러봐도 계좌 개설을 이유로 대기하는 고객은 많지 않았다. 농협은행 본점 영업부 관계자는 “계좌를 만든다는 고객이 별로 없었고 전체적으로도 평소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거래소들의 상담센터도 관련 문의가 폭주해 마비되는 곳은 없었다. 국내 1위 거래소 빗썸의 광화문고객센터에는 상담고객이 2~3명에 불과했고 일부 창구는 비어 있었다.


다만 거래소 사이트에서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하는 과정에서는 지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빗썸에서는 신한은행의 비대면 인증절차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아 한동안 전환 신청이 불가능했고 코빗에서는 신한은행 측에서 고객확인 관련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외에 업비트는 계좌인증에 대한 순간 접속자를 제한해 여러 사용자가 ‘잠시 후 다시 시도하라’는 알림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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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날 은행 창구와 거래소 사이트에서 상당한 병목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환 움직임은 미미했다. 심지어 코인원은 기존 이용자의 실명계좌 전환 수요가 적어 은행이 준 계좌 한도에서 신규 가입자에게도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해주기 시작했다.

이는 최근 들어 한국 정부 규제 강화와 글로벌 시세 약세가 맞물려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급속히 가라앉자 투자자들이 서둘러 실명제 전환에 나설 필요는 없다며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존 투자자들은 실명계좌 전환을 하지 않아도 기존 입금액으로 거래하거나 출금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실제로 국내 가상화폐 거래량도 대폭 줄어 코인마켓캡 기준 글로벌 1·2위를 다투던 업비트와 빗썸은 최근 3위로 5위로 각각 밀렸다. 1월 초 50%를 넘나들었던 ‘김치 프리미엄(세계 시세와 한국 시세 차이)’은 며칠간 10% 이하에 머물고 있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약세장에 기존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기대감도 바닥에 떨어진 상태”라며 “이미 가상화폐로 돈을 번 사람들은 계속되는 규제에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으로 빠져나간 조짐도 보인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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