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월 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 안건과 함께 외국인 CEO 출신 사외이사 등으로 이사회의 다양성을 강화하는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다. 오너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수뇌부 인사를 통해 처음으로 CEO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분리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면 이사회는 독립성을 키우면서 주주를 대신한 경영 감독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국내 기업들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신속한 사업 추진 등 일부 순기능과 함께 이사회의 경영 감독·견제 기능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기업 사외이사들이 주요 이사회 안건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반면 가족회사 중심인 유럽 기업들은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경영 확보를 위해 그룹 오너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각 기업의 이사회가 독립성을 가지고 승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부회장은 2016년 3월 이 같은 지배구조 선진화를 준비해 당시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선임을 허용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이후 첫 결실이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인사였다. 당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이상훈 사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도록 해 처음으로 경영과 감독의 분리라는 ‘뉴 삼성’의 비전을 실행에 옮겼다. 이에 따라 이상훈 의장을 필두로 삼성전자 이사회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2~3명의 사외이사를 외국인 CEO 출신 등으로 교체해 이사회의 다양성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총 2명이다. 여기에 대표이사를 겸직하지 않고 별도로 이 의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사내이사가 이 부회장을 비롯해 5명이 된다. 이 경우 법규상 사외이사는 현재 5명에서 6명으로 확대돼 이번 주총에서 3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할 수 있다. 1월 초 단행된 삼성물산 인사에서도 최치훈 사장이 이 의장처럼 경영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삼성물산 역시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외국인과 여성 등으로 사외이사의 다양성을 보강한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