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포병이 월남전 이후 처음으로 해외에 나간다. 태국에서 실시되는 ‘코브라골드’ 훈련에 해병대 소속 자주포 2문이 참가하는 것이다. 코브라골드 훈련은 미국 해병대가 주도하는 연례 다국적 훈련. 동남아 지역의 미군 훈련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역내에서 유일한 대규모 다국적 훈련이기에 미국은 이 훈련을 중시한다. 지구 어디든 분쟁발생 지역에 제일 먼저 투입되는 미 해병대는 국가 전략기동군으로 발전을 모색하는 한국 해병대의 벤치마킹 대상이지만 간극이 크다.
◇역대 최대 규모, 처음으로 1만명선 돌파=2018년 코브라골드 훈련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1981년 미 해병대와 태국군 해병대가 처음으로 연합훈련을 실시한 이래 36년 만에 참가병력 1만명선을 넘어섰다. 각국의 참가 규모는 미국 6,000명, 태국 3,000명, 한국 430명. 일본 150명을 비롯해 모두 9개국에서 1만700명의 병력이 모인다. 코브라골드 훈련의 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중국 견제와 대중 포위망 구축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중국도 이 훈련에 병력을 보내고 있다. 중국은 43명의 구조 및 공병 관련 병력을 인도적 민사활동 부분에 투입할 예정이다. 훈련은 다국적군 연합참모단 지휘소연습(CPX)과 인도적 민사활동, 야외 기동훈련(FTX) 등 3개 분야로 실시된다.
◇한국 해병대 파견도 최대 규모= 한국이 해외훈련에 이번만큼 많은 병력을 보낸 것도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격년제로 홀수해는 적게, 짝수해는 많이 보내는 방식이어서 올해 규모가 가장 크다. 직전 짝수연도인 2016년에는 400여명이 참가했다. 당시에는 해병대 K-1전차가 처음 해외에 나가 화제를 뿌렸다. 이번에는 K-55 자주포 2문과 K-77 사격지휘장갑차 1량이 기동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 K-55 자주포는 미국제 M-109A2 자주포를 면허생산한 모델이어서 외국군들도 낯설지 않은 자주포지만 K-77 사격지휘장갑차는 한국군만 장비하는 모델이어서 화제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을 통틀어 포병이 해외 사격훈련을 뛰는 것도 창군 이래 처음이다.
◇독자 작전, 초수평선 상륙은 아직도 요원=이번 훈련에서도 미 해병대의 특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전투기 등 자체 항공 타격 전력에 바이퍼 공격헬기, 수직이착륙 헬기와 고속 수송기의 장점을 합친 오스프리 수송기 등으로 미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개시하자마자 적진의 해안을 폭격하고 해안지역 후방에 해병 병력을 쏟아낼 수 있다. 반면 한국 해병대는 수상속도 시속 10㎞ 수준인 상륙장갑차가 여전히 주요 상륙수단이다. 이번 훈련에도 해병대는 KAAV 1개 소대(8대)를 파견했다. 해병대 전용의 상륙기동헬기가 막 도입되는 단계지만 국가기동전략군으로 거듭나려면 최소한 공격헬기와 오스프리, 공기부양정과 차세대 고속 상륙장갑차가 필요하다는 점이 이번 훈련에서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장비는 더 열악=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는 더욱 크다. 겉으로 보기에 한국 해병대원과 미군의 식별 포인트는 권총 휴대 여부. 한국군 해병대는 중대장급 이상만 권총을 휴대하는 데 반해 미국은 해병대원 전원이 부무장으로 권총을 소지한다. 방탄조끼와 헬멧도 다르다. 특히 헬멧은 차이가 크다. 한국 해병대에 막 보급되기 시작한 신형 헬멧을 미 해병대는 이미 7년여 전부터 보다 신형으로 바꿨다. 세계적으로 군용 헬멧은 후두부 보호 기능을 살리고 통신 세트와 야간 감시경을 쉽게 부착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각급 부대 지휘관들이 개별 병사들의 통신과 작전환경까지 파악하고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미군의 통신 시스템은 보다 넓은 지역을 담당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한국군은 대대급 이상에서 운용하는 무인기를 소형화해 분대마다 무인기로 전장 상황을 파악하기에 정보 우위 상황에서 전투가 가능하다. 수색이나 정찰을 맡은 분대에는 고가의 저격총을 지닌 저격수도 포함돼 있다. 미 해병대의 분대 편성은 13명으로 한국군 10명(전시 기준)보다 훨씬 많아 전장 감시용 드론과 저격총, 대전차 미사일까지 운용한다. 미 해병대는 개별 병사 전원에게 초소형 드론을 지급하는 방안까지 강구하고 있다.
◇수색·침투·정찰조는 미군 수준 장비 지급해야=한국 해병대가 고가 장비를 구입해 전력을 보강할 재원이 없다면 차선책을 마련하는 게 마땅하다. 생존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륙장갑차가 작전의 중심인 상황에서 해안에 은밀히 침투하거나 적진을 정찰하는 수색소대에만큼은 미군 수준의 장비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징집병으로도 특수부대 임무를 수행하는 해병 기습상륙이나 수색대대의 척후조에만큼은 최상의 생존장비와 화기를 지급해야 저비용 고효율 군대라는 장점을 살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