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희는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던 중 최근 KBS 2TV 드라마 ‘저글러스’(극본 조용, 연출 김정현 강수연)를 만났다.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에 눈을 떴다. ‘저글러스’에서 백진희는 만능비서 좌윤이 역으로 YB 그룹 영상사업부 남치원 상무(최다니엘 분)와 알콩달콩 사내연애 연기를 펼쳤다. 귀여우면서도 엄마 같은 보살핌을 실천하는 사랑스런 캐릭터를 만들었다.
백진희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저글러스’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29살, 2018년 마지막 20대를 맞는 느낌이 어떤가?
“마지막 20대가 시원섭섭하다. 30대란 먼 것인 줄 알았다. 나는 아직 25살 정도인 것 같은데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됐다는 게 믿기지 않고 아쉽다. 하지만 되돌아봤을 때 열심히는 산 것 같다. 열심히 밤새고 대사 외우고 헛되지 않게 산 것 같다. ‘저글러스’로 인터뷰할 수 있는 것도 지금까지의 자양분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도 퇴보하지 않고 쌓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30대에 구체적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좀 더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연기도 그런 것 같다. 아등바등 연기하는 것도 이제 시청자 분들이 먼저 아신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그런 감정을 가지고 그 인물을 사랑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나이에 비해 여전히 동안이다. 이에 따른 연기적 제한은 없었나?
“나에게 다른 장점으로 ‘친숙함’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로코에 현실감이 더 생긴 것 같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어서 현실감을 주는 것 같다.”
-‘저글러스’가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이번 작품이 주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데뷔 초기에는 ‘하이킥’으로 비교적 빨리 인지도를 얻은 것 같다. 다음에는 ‘기황후’로 좋은 터닝포인트를 얻었다. 그리고 ‘저글러스’까지 왔다. 나에게는 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저글러스’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작품을 하며 만난 스태프들, 선배님들에게 배운 게 많다. ‘저글러스’ 만나기 전에 침체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이 인생캐릭터인 것 같다.”
-좌윤이, 왕정애(강혜정 분), 마보나(차주영 분), 박경례(정혜인 분) 여성 캐릭터 4인방의 케미도 좋아 보였다
“혜정 언니 외에 저희 셋(백진희, 차주영, 정혜인)은 동갑이었다. 수다도 많이 떨고 밥도 먹고 고민도 많이 얘기했다. 아직은 못 갔는데 나중에 시간이 맞으면 여행도 같이 가자고 했다. 이번 기회로 좋은 친구들을 많이 얻은 것 같다. 혜정 언니는 ‘올드보이’로 연기에 한 획을 그었던 분이 옆에 계셔서 그 자체로 놀라웠다.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너무 잘 챙겨주셨다. ‘언니’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셨고 연기적인 고민을 얘기했다. 초반에 코믹한 신이 많아서 캐릭터가 붕 뜰까봐 고민했을 때 언니한테 얘기하고 언니가 모니터링을 해주셨다.”
-실제 백진희도 윤이와 같은 귀여운 면이 있나
“집에서는 세 자매 중 내가 맏언니인데, 언니라기보다 친구 같고 동생 같은 성격이다. 실제로는 캐릭터를 되게 좋아한다. 집에서는 미니언즈, 미키마우스 등 다양한 캐릭터 잠옷을 입고 있다. 그 중에 스누피를 좋아한다. TV옆에 조그만 피규어부터 자석, 스티커까지 모았다. 지금 휴대폰 케이스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설리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취미나 관심 분야가 있다면?
“집에서는 청소밖에 안 한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고 세제 모으는 게 취미다. 그래서 각 나라의 섬유유연제를 가지고 있는데 기분에 따라 넣고 빨래를 한다. 친환경적인 섬유유연제일수록 향이 없고 세탁을 하고 나면 뻣뻣하다. 동남아 섬유유연제는 작은 용량의 비닐팩으로 팔고 향이 진한 게 특징이다. 향기 나는 걸 좋아해서 향수도 좋아하고 캔들도 좋아한다. 특히 빨래를 널어놓으면 나는 향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그렇게 해주셔서 자연스럽게 그런 취향이 생긴 것 같다. 그 밖에는 필라테스를 매일 하는데 쉴 때 의무처럼 한다. 3년 넘게 필라테스를 했는데 몸선이 많이 달라진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는데 다른 분들에 비해 심심하게 있는 편이다.(웃음) 평범한 하루하루가 너무 좋다.”
-2008년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로 데뷔해 올해로 약 10년차다. 배우로서의 신념이 있다면
“항상 성실하려고 하고 타협하지 않으려 한다. 피곤하고 지치다 보면 놓치고 가는 부분이 있을 텐데 그래도 성실함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대본을 안 보고 현장에 가는 일은 없도록 한다. 현장에서도 얼굴 찌푸리지 않고 지각하지 않으려 한다.”
-2018년 계획은?
“원래 매년 계획을 세웠는데 아직 ‘저글러스’를 마무리 하느라 세우지는 못했다. 가족여행을 생각하고 있다. 나는 항상 작품이 끝나면 봉사활동을 하는데 그걸 계획 중이다. ‘플랜’이라는 유니세프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 의료 혜택을 못 받는 아이들을 돕는다.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이 많았는데 해외 봉사활동도 아무나 가는 게 아니더라. 배우로서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계속 다니고 있다.”
“한 번은 쓰레기 마을도 가봤다. 나도 여행을 좋아하는데 태국을 여행으로 가서 본 것과 봉사활동으로 가서 본 느낌이 달랐다. 그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음식 쓰레기를 찾아서 먹고 발이 갈라져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좋은 물질적인 게 있다는 걸 알려주는 꼴이 될까봐 선물, 도시락을 나눠주는 게 오히려 미안하더라. 봉사활동을 갔다가 집에 오면 하나하나가 감사하다. 국내 봉사활동도 가끔 한다.”
-차기작은 어떤 장르로 만날 수 있을까?
“따뜻한 캐릭터를 하니 힐링 되고 나에게도 잘 맞는 것 같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