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가해 학생 1명이 피해 학생과 화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연합뉴스‘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가해 여중생들이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재판을 받게 된 가운데 폭행사건 피해자가 가해자 1명과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화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오전 부산가정법원 소년법정에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피해 학생 A 양이 출석했다고 5일 전했다. 지난해 9월 또래 여중생 4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피투성이가 된 A 양 사진이 인터넷상으로 확산돼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바 있다. A 양은 폭행사건 직전 다른 비행으로 이날 법정에 서게 됐다. 천 판사는 폭행으로 인한 상처 치료를 위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A 양에게 근황을 물은 뒤 “너를 때린 아이 중에 누가 가장 미우냐”고 물었다. A 양은 “4명 중 B와 C가 제일 밉고 그다음이 D이고, 그다음이 E”라고 말했다.
천 판사는 재판 전 A 양과 D 양이 어느 정도 화해가 된 것 같다는 말을 듣고 A 양 모르게 D 양을 법정에 불렀다. 천 판사는 A 양에게 D 양의 출석 여부를 물어본 뒤 법정에서 D 양에게 “A야, 미안하다. 용서해라”를 열 번 외치게 했다. 용서를 빌던 D 양은 울음을 터트렸고 나중에 A 양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려 천 판사를 비롯한 재판 관계자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D 양은 A 양에게 “제가 친구 입장이 되어보지 못하고 때려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천 판사가 A 양에게 “D와 화해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A 양은 “여러 번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반성하는 것 같아서 용서했다”고 답했다.
천 판사는 A 양에게 소년보호처분 중 가장 약한 1호 처분(보호자에게 위탁하는 처분)을 내리며 A 양과 A 양 어머니에게 청소년 회복센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천 판사는 A 양에게 “너, 내 딸 하자”며 “누가 괴롭히거든 나랑 같이 찍은 사진 보여주고 힘들면 언제라도 연락해”라고 말했다. 천 판사는 “폭행 피해자와 가해자가 화해하는 모습을 보며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라며 “A 양이 상처에서 어서 회복돼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A 양을 폭행한 혐의로 부산지법 서부지원 법정에 섰던 가해 학생 B, C, E 양은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돼 형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게 될 전망이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