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판결은 법이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명제를 새삼 확인한 것이어서 환영할 만하다. 재판부가 사회 일각의 여론몰이나 정치편향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판결을 내렸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재판부는 최대 쟁점이었던 묵시적 청탁과 관련해 포괄적 현안에 대한 부정청탁이 존재한다는 원심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삼성의 승계작업을 위한 부정청탁은 물론 영재센터나 미르·K재단에 대한 3자 뇌물공여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애초 특검 기소 자체가 정치적 프레임에 얽혀 예단과 추정만으로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대통령 측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응한 것이자 강요의 피해자라는 삼성 측의 한결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판결은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는 정치권력의 반시장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운이 나쁘면 뇌물죄에 걸릴 수 있다는 공포에 떠는 기업들로서는 그나마 경영활동에 전념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기업들이 무분별한 정치공세에 희생당하지 않도록 정치권력의 반성과 각오가 뒤따라야 마땅하다. 삼성은 그간 실추된 대외적 이미지를 회복하고 이번 사태를 진정 국민을 위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맞서 삼성 특유의 스피드 경영을 되살리고 신수종사업 발굴과 글로벌 인수합병(M&A)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투자를 늘리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삼성의 사회적 역할이자 국민이 보내준 성원과 격려에 보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