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최근 자신을 향해 가장 자주 물었던 질문은 ‘나는 행복한가’,‘너는 행복하니, 은경아?였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일을 계속 해왔고, 연기를 하는 게 좋은데 이것만으로도 이 일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나는 정말 재능이 있는 걸까?‘라는 생각도 끊임없이 하게됐어요. 그 질문 끝에 스스로 행복한지를 묻게 됐어요.”
심은경이 생각하는 배우의 행복은 배우의 진심이 작품을 통해 전달되는 것. 하지만 매 작품이 그런 바람을 실현시켜주긴 힘든 것도 사실. 그렇기에 그는 “다음 작품에서 더욱 분발하고 후회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아직도 잘하고 있는지 자신감이 없어질 때도 있다“고.
“지금이라도 잘 맞는 게 아니라면 다른 걸 찾아야 하나? 더 잘하는 다른 것을 찾아봐야 하나.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조금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있었고, 스스로 괴로웠던 시기도 있었어요. ‘염력’을 촬영하면서 많이 내려놓게 되는데, 문득 촬영하면서 느낀 게 현장에 있는 게 너무 좋고,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됐거든요. 그 순간엔 어떠한 평가나 그런 것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굉장히 신난다고 할까요.”
수백가지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배우 심은경을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연기를 할 수 있는 촬영 현장’이었다. 그는 그 순간을 ‘온전히 제가 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 만큼 그에게 연기는 ‘삶’이고 전부였다.
“연기 할 때 아무것도 의식이 안 되고 빠져들 때가 있어요. 제가 그 순간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 연기를 하는 그런 순간적인 몰입감이 좋아요. 심지어 감독님과 배우들과 함께 영화적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현장을 되게 사랑하는 것 같아요. 그런 촬영 현장이 저의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끊임없이 의심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그럼에도 계속 할 수 있었던 건 현장에서 아무것도 방해 받지 않고 토론하고, 그것에 빠져들고 집중하고 그런 순간이 온전히 제가 될 수 있는 시간으로 느끼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2016년 ‘걷기왕’(감독 백승화)과 2017년 ‘염력’(감독 연상호)은 그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내 중심을 갖고 싶다. 내가 바로 잡고 싶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또한 제 몫을 다해 영화의 진심을 보여주고자 했던 노력이 빛을 발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내가 어떤 역할의 크기의 유무에 상관없이 그 안에서 영화를 잘 비춰주고, 그 흐름과 함께 해서 우리 영화의 진심을 보여줄 수 있었다면 제 몫을 다 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그런 마음을 잃지 않고 작품을 찾아가고 싶어요. 물론 항상 신중하고 정확하게 보려고 하고, 그런 부분들을 잃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모든 작품이 어떻게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겠어요? 우리 영화의 의미를 알아주셨으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거죠. 항상 연기를 하는데, 흥행이나 평가 부분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런 부분은 신의 영역이고 개인의 견해란 생각이 들어요.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워지고자 노력해요. 여유 있게 이 일을 대했으면 좋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온전히 저를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염력’의 연상호 감독과 류승룡 배우는 심은경에게 자신감과 행복감을 선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여유도 생겼다.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내가 행복한지는 모르겠어도 연기를 하면 너무 좋고 신나다‘는 사실.
“‘염력’ 촬영이 끝나고 한동안 푹 쉬었어요. 여행도 다니고,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온전히 저 만의 시간을 보냈어요. 많은 결심도 하게 되고 제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염력’은 저를 좀 더 내려놓고 욕심을 덜어내게 해준 작품이자 한 번 더 성장시켜 준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해요.”
심은경은 ‘염력’ 이후 배우 이승기와 호흡을 맞춘 영화 ’궁합‘으로 다시 한번 관객을 찾아올 예정이다. 2010년 드라마 ‘개인의 취향’ 이후 스크린 활동을 이어온 심은경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영화에 쏠려있다”며 “드라마도 언젠가 하고 싶은 작품이 생긴다면 주저 없이 할 마음이 있어요. 계속 좋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고 계획을 전했다.
건강한 고민 끝에 성장한 배우 심은경은 “조그만한 것에도 ‘허허’ 웃을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했다.
“올해는 ‘염력’과 ‘궁합’으로 인사를 자주 드리게 됐는데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올해가 무술년 개띠라 기분도 남달라요. 올해가 저의 해가 될 거란 생각 역시 하지 않아요. 그게 쉬운 일도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조금 조용하게 여행도 다니고, 평범하게 제 자신을 즐 길 수 있는 한해,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한해가 되었음 해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