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소설가 정유정 "서지현 검사처럼 용기 낸 분들 지켜주는 사회 돼야"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참가한 소설가 정유정

피해자에 책임 전가해선 안돼

더 나은 세상 위한 '미투' 응원

차기작선 첫 여성 주인공 앞세워

죽음 대한 인간의 두려움 다룰것



“서지현 검사처럼 용기 있는 분들이 연이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실태를 고발하고 있어 저 역시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7년의 밤’ ‘종의 기원’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정유정(51·사진)은 6일 개막한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참가에 앞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과 관련해 “당장은 시끄러운 잡음이 나오겠지만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건전한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유정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하는 피해자에게 외모와 옷차림 등을 들먹이며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최악”이라며 “약자가 힘겹게 목소리를 냈을 때 그들이 확실히 보호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느 사회에나 폭력은 존재합니다. 그 폭력을 감추는 게 아니라 드러내고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것이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입니다. 아동학대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부모에게 법적 책임을 따져 물은 건 불과 몇 년 안 됐잖아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미투 캠페인으로 보다 개방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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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은 그동안 주로 남성을 핵심 캐릭터로 내세운 작품을 써왔지만 차기작에서는 여성이 전면에 등장한다. 그는 “30대 초반의 여성이 주인공인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며 “죽음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사실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을 쓰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며 “지난 2013년 발표한 소설 ‘28’에서 김윤주와 노수진이라는 여성 캐릭터를 그리며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저의 전작들과 달리 새 작품은 스릴러라기보다 판타지 기법을 차용한 드라마에 가까워요. 아마 범죄가 등장하지 않는 저의 첫 번째 소설이 될 거예요. 장르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아요. 지금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데 연말쯤 탈고해 내년 초에는 독자들과 만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독특한 추리소설로 평단과 독자들에게 동시에 찬사를 받고 있는 정유정은 6~11일 열리는 제26회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 참가한다. 정유정의 작품 가운데 ‘7년의 밤’과 ‘내 심장을 쏴라’가 이미 대만에서 출간됐으며 ‘종의 기원’도 곧 현지 서점가에 진열된다. 그는 “대만은 한국인들에게도 무척 친숙한 나라지만 출판 시장의 교류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출판사들은 물론 작가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접 해외로 나가 시장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 정유정은 7일 오후 대만의 여성작가이자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펑수쥔 작가와 함께 작품 세계와 관련한 대담을 나눈다. 오는 8일 오전에는 ‘표백’ ‘한국이 싫어서’ 등을 쓴 장강명 작가와 대한민국의 사회 현실을 주제로 청중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올해 한국에서는 정유정·장강명 작가 외에도 한국문학번역원을 비롯한 총 7개사가 도서전에 참가한다. , 사진제공=은행나무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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