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아이비 "뮤지컬계 대표 깨방정 女배우...늘 미지의 캐릭터와 만남 꿈꿔"

'레드북' 등 창작 뮤지컬 잇단 도전



6개월을 쉼 없이 달렸다. 섹시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서 어느덧 8~9년차 중견 배우가 된 아이비. 벤허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에스더였다가, 최근까진 교사에서 살인자에 마사지걸, 호스티스로 전락하는 비극적인 삶에도 ‘나를 살아가게 하는 건 사랑뿐’이라고 노래하는 마츠코가 됐다. 그리고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레드북’에선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성과 사랑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 잡지 ‘레드북’을 발간하는 당당한 여성 작가 안나로 변신했다. 공통점은 모두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최근 서울 약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아이비는 “창작 뮤지컬에 잇따라 도전하면서 작품을 함께 완성해 나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며 “특히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나 ‘레드북’ 같은 중극장 뮤지컬은 객석과 무대가 상당히 가깝고 지휘자를 보며 노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고 긴장도 됐지만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라 흔쾌히 수락했다”며 웃었다.

창작 뮤지컬 신화로 꼽히는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한정석 작가·이선영 작곡가 콤비가 내놓은 뮤지컬 ‘레드북’은 지난해 1월 초연 당시 신선한 캐릭터와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주인공 안나는 자신이 쓴 글 때문에 논란에 휩싸이지만 시대의 통념과 편견에 맞서 끝까지 싸운다. 솔직하고 당당한 안나의 모습은 정상의 솔로 가수에서 추문으로 밑바닥까지 추락했다가 뮤지컬 배우로 다시 정상에 오르고 있는 아이비와 닮았다. 그런데도 아이비는 안나와 거리를 좁히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했다.

“안나의 행동이 조금만 지나쳐도 당돌함이 무례함으로 비쳐질 수 있어 모든 게 조심스러워요. 작품 속 안나는 유난히 성추행을 많이 당하는데 그럴 때마다 더 심한 막말로 성추행범들을 당황하게 하거든요. 저는 보기보다 소심하고 싸움도 싫어해서 안나처럼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할 것 같아요. 더블캐스팅된 유리아 씨와 달리 저의 안나는 엉뚱하고 조금은 천방지축인 안나처럼 보일 것 같아요. 왜 저한테 출연 제의를 했을지 생각해봤는데 ‘뮤지컬계 대표 깨방정 여배우’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웃음)”





외모만 보면 도전을 즐기는 스타일일 것 같지만 오히려 ‘잘 할 수 있는 배역’이 아니면 쉽게 수락하지 않는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냉정하게 평가할 줄 알아서다. “제 목소리는 주현언니(옥주현)처럼 좌중을 휘어잡는 디바형이 아니에요. 여성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캐릭터에 어울리는 목소리죠. 제가 욕심난다고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이나 시카고의 벨마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배역 안에서 작은 도전을 즐기긴 해요. 벤허의 에스더나 레드북의 안나처럼 미지의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욕심이 늘 있어요.”


최고의 가창력을 자랑한 가수로 꼽히지만 노래 실력에 늘 부족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래서 택한 게 성악 레슨이다. 아이비는 “2016년 ‘위키드’를 준비하면서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 점점 정통 뮤지컬 발성에 능수능란해야 하는 작품을 맡게 됐다”며 “레드북의 넘버는 관객 입장에선 아름답기만 하지만 직접 부르는 배우 입장에선 여러 음역대를 순식간에 넘나드는 ‘자비가 없는 노래들’이라 성악 레슨 받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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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개월처럼 올해 역시 바쁜 한 해를 보낼 예정이다. 시카고 등 다양한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 6개월을 쉼 없이 달려온 만큼 체력관리의 필요성도 느낀다.

“최정원 선배를 보며 자기관리의 힘을 느껴요. 식단이나 운동, 생활습관까지 모든 게 뮤지컬을 위해 맞춰져 있거든요. 10년 뒤 정원선배가 줄곧 맡았던 맘마미아의 도나를 연기해보고 싶다면 욕심일까요.(웃음)” 다음달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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