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신고하려면 하세요" 여전한 택시 승차거부

거부 일시·차량번호·회사명 등

하나라도 빠지면 접수 불가능

기사들 애매한 처벌기준 악용

당국 강력 단속에도 근절 안돼



지난달 초 서울 종로에서 저녁 모임을 마친 직장인 이윤동(37)씨는 빈 차 등이 켜져 있는 택시를 보고 손을 들었다. 잠시 멈춘 택시기사에게 행선지를 말하자 기사는 “못 가요”라며 태워주지 않았다. 승차거부를 당한 이씨는 120다산콜센터에 해당 택시를 신고했고 택시회사 소재 자치구로부터 한 달 뒤 승차거부 조사결과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회신 내용은 ‘승차거부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택시기사는 당시 이씨가 서 있던 차로가 아닌 안쪽 차로에 있었다고 주장해 승차거부 처분을 피할 수 있었다. 실제로는 택시가 2개 차로에 애매하게 걸쳐져 있었다. 이씨는 “당시 기사에게 ‘승차거부로 신고한다’고 하자 ‘하세요’라며 코웃음 쳤는데 그 이유를 알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택시 잡기 어려운 서울’의 오명을 벗기 위해 택시 승차거부를 꾸준히 단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승차거부 적발 건수는 지난 2015년 1,735건에서 2016년 1,347건, 지난해 1,526건이었다. 서울시는 승차거부에 세 번째 걸리면 택시면허를 취소하는 ‘삼진아웃제’를 실시하면서 강력하게 단속하지만 승차거부가 줄지 않는 것은 까다로운 신고방법과 애매한 승차거부 기준 때문으로 풀이된다.


승차거부를 신고하기 위해서는 신고인의 인적사항을 비롯해 승차거부 일시 및 장소, 차량의 전체 번호, 회사택시일 경우 회사명 등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접수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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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120다산콜센터에 택시승차거부를 신고했던 한 시민은 “차량 번호 중 ‘서울 33’인지 ‘34’인지는 잘못 봤지만 차종과 4자리 숫자만 알면 조회가 될 줄 알고 신고했는데 접수가 어렵다고 했다”며 “승차거부는 순식간인데 번호판이 잘 보이지 않는 밤에 어떻게 전체 번호와 회사명 등을 다 인지할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승차거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택시기사들이 승차거부 처분을 빠져나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취한 손님이나 인도 쪽 차선이 아닌 안쪽 차선에서 택시를 잡으려 할 때, 애완동물 또는 운전자에게 위해나 혐오를 주는 물건을 가진 손님 등은 승차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기사들은 이러한 단속기준을 숙지하고 있다가 승차거부 조사 때 교묘히 피해가고 있는데다 기사들끼리 단속 피하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한 전직 택시기사는 “기사가 행선지를 먼저 물었는데 안 태우면 승차거부에 해당하므로 손님을 골라 태우려는 기사는 승객 앞에서 창문만 내리고 행선지를 말하기를 기다린다”며 “술 마신 손님을 승차 거부하고 신고 당하면 ‘행선지를 횡설수설했다’고 답하면 승차거부 처분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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