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연남통미 나선 北, 南서 이미지 세탁 후 美와 접촉 시도

■예술단·김영남 방남...북한의 노림수는

문화외교 앞세워 동정론 확산

국제사회 경제제재 완화 의도

최종적으론 미국과 대화 엿봐

"펜스, 리본 자르러 가는것 아냐"

美, 핵 시간벌기 '위장평화' 판단

북한 인권문제 공론화 등 압박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왼쪽 두번째) 당 부부장이 5일 평양에서 북한예술단을 인솔하는 권혁봉 문화성 국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남쪽을 방문하는 북한 예술단이 전날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연합뉴스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왼쪽 두번째) 당 부부장이 5일 평양에서 북한예술단을 인솔하는 권혁봉 문화성 국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남쪽을 방문하는 북한 예술단이 전날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92호가 대북 제재 조치를 뚫고 묵호항에 닻을 내리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평창 VIP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바야흐로 북한의 연남통미(連南通美) 전략이 실행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 마련된 국제무대에서 문화·외교 채널을 이용해 이미지 개선과 동정론 확산을 끌어낸 후 종국에는 미국과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접촉 기회를 얻어내겠다는 북한의 노림수가 베일을 벗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은 핵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용 ‘위장평화 공세’라고 판단, 북한 실체 공개를 위한 인권문제 공론화에 나섰다.


6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끝내 우리 정부로부터 ‘5·24조치 유예’라는 결정을 끌어내고 만경봉92호를 묵호항에 들여보냈다. 특히 방남 예술단은 북한을 떠나기 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의 배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실질 권력 서열 2위로 꼽히는 김여장 부부장이 직접 챙겼다는 점에서 북한이 예술단 파견에 거는 기대가 상당한 수준임을 엿볼 수 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평창행도 마찬가지다. 올림픽과 문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동시에 관통하는 예술단을 앞세워 평화 이미지를 꾀하는 동시에 노련한 외교 전문가를 통해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벗어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간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대표하는 ‘정상 예우’를 받아온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정상급 외교 무대에 올려보내 미국 측과 자연스러운 접촉 기회를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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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무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이용해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며 이를 ‘연남통미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반도에서 평화 분위기를 확산시켜 미국의 군사적 옵션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의 동정여론을 확산시켜 경제 제재를 이완시키려는 전략”이라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한이 그 역할을 주도하도록 가겠다는 연남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 같은 북한의 전략을 한껏 경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이후 연일 북한의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며 북한의 평화 공세를 무력화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미 CNN방송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올림픽 기간 북한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북한의 ‘위장 전술’을 막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북한이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막아내고 김정은을 향해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펜스 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리본을 자르러 가는 것이 아니라며 북한을 살인적 정권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북한의 참가가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남남갈등 자극과 제재 이완 시도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만경봉92호 입항과 관련, “대북제재를 무력하게 만드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노리고 한미일 해상 군사 공조를 깨트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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