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당정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 말로만 그치면 안된다

정부와 여당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부상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김영주 장관까지 가세했다. 김 장관은 그제 최저임금 1만원 시점에 대해 “꼭 2020년으로 시점을 못 박지 않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밝힌 “최저임금 인상을 목표연도에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여당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5일 “경제상황과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최저임금 1만원 도입시기에 대해 탄력적·신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최저임금 과속으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자 당정 모두에서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적절한 인식변화라 할 만하다.


지금 산업현장의 혼란을 보면 속도조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영세 자영업자의 고통은 가중되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대책이라고 내놓은 일자리안정기금 신청률은 한 자릿수를 맴돌고 있다. 정부는 홍보부족 운운하지만 고용주 등의 얘기를 들어보면 번지수가 틀렸다. 4대 보험 가입 부담과 번거로운 절차 등이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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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정책 시행에 앞서 부작용·후유증을 점검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기업 사정 등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탁상공론식 정책을 밀어붙였으니 탈이 나지 않겠는가. 지금이라도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김영주 장관의 언급처럼 “안정자금을 줘도 기업주들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 다시 살펴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정은 문제점을 인식했다면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지역·업종별 차등화, 2020년 1만원 공약 철회 등 현실성 있는 대안을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참에 근로시간 단축 등 후유증이 우려되는 정책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선공약 이행에만 집착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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