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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흥부’ 조근현 감독, “故 김주혁 통해 민중 가까이 있는 지도자 그리고 싶었다”

민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이하 ’흥부‘, 감독 조근현, 제작 대명문화공장·롯데엔터테인먼트)가 올 설 관객들을 찾아온다.

영화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




영화 ‘흥부’ 스틸영화 ‘흥부’ 스틸


이번 작품은 지난해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故) 김주혁의 유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김주혁은 ’흥부‘에서 힘든 백성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흥부전의 실제 주인공인 조혁 역을 맡았다. 정우는 어지러운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조혁’(김주혁)을 만나 깨달음을 얻는 인물 ‘흥부’를 맡아 영화 중심을 끌고 간다.

‘조혁’은 양반이라는 신분을 지니고 있음에도 민란의 틈에서 고아가 된 아이들을 기르고 가르치는 선한 인물로, ‘놀부’ 역시 그의 도움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렇듯 힘든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 ‘조혁’은 ‘흥부’에게 흥행을 위한 소설이 아닌 세상을 매섭게 풍자하는 글을 쓰면 형을 만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고민 끝에 ‘흥부’는 자신의 형제 이야기를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조혁’의 제안을 받아들여 세상을 풍자할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작가 ‘흥부’가 ‘세상을 글로 바꾼다’는 이야기는 묵직한 감동과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정우와 김주혁의 시너지 역시 영화적 메시지에 힘을 불어넣는다. 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근현 감독은 “영화 속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은 민중 가까이 있는 지도자를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사실 김주혁은 ‘흥부’란 영화를 선택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조근현 감독은 “김주혁씨가 처음에 이 ‘조혁’이란 캐릭터를 보고 주저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입장에서 캐릭터의 성장사나 굴곡이 보여지지 않은 캐릭터라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조 감독의 ‘마음속의 노무현’이란 설명에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뭐랄까. 조혁이란 인물이 선하고 지도자적인 이미지로 가잖아요. 배우 입장에서 그게 고민스러웠을듯해요. 제가 어떻게 설득을 했냐면, ‘조혁을 노무현이라고 생각을 해보자’ 우리 마음 속의 노무현이요. 지도자란 게 백번 잘 해도 한번 잘못하면 욕을 먹잖아요. 그게 위치가 사람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그렇기도 하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분의 친근함을 굉장히 좋아하잖아요. 그런 지점이 납득이 된 거죠. ”

조근현 감독/사진=서울경제스타 DB조근현 감독/사진=서울경제스타 DB




조 감독은 ‘조혁’이란 인물을 통해 ‘민중 가까이에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조혁’은 굉장히 영웅스럽거나 ‘나를 따르라’ 고 앞장서는 이런 캐릭터가 아닙니다. 영화를 통해 그런 인물을 한번 만들어봄직하다고 생각했어요. 설정된 캐릭터 자체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디테일을 찾는 재미를 찾아보자고 이야기를 나눴죠. 비록 가난하고 가진 건 없지만 쾌활하고 희망을 꿈꾸는 사람이 바로 ‘조혁’입니다. 조혁은 희망을 아이들 속에서 찾고 있어요. 옛날부터 민란 속에서 부모 잃은 어린이들을 거둬서 훈육 시키고, 양질의 지도자로 성장하게 해요. 이 나라의 미래가 이 아이들에게 달려있다고 보는 사람인거죠. 그게 조혁이 일관적으로 가지고 있는 희망이 메시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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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난 다음날 아침 일찍 영화사로 감독을 찾아온 김주혁. 조 감독은 “눈이 충혈된 채 밤을 새고 왔다고 하더라. 같이 담배를 한 대 피우면서 함께 있었는데, 김주혁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더라. 이때다 싶어 같이 하자고 했고 ‘알겠다’고 하고 사라졌다. “고 말했다.

나중에 리딩을 하면서 조 감독은 김주혁에서, “어떻게 결심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김주혁은 “이건 감독이랑 같이 만들어야겠구나 란 생각했다”고 답했다고.

“내 눈빛이나 태도를 봤을 때 확신을 했던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을 놓곤 촬영 전날까지도 통화를 많이 했다. 이 대사를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연습해보니 입에 안 붙는 부분이 있어등 여러 이야기를 나눴고, 부채를 피면서 하는 ‘땅이 하늘이 되는 세상’ 이란 명대사가 나왔다.”

조 감독은 그 장면을 찍는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땅이 하늘이 되는 세상’ 의 디테일은 모두 김주혁의 집요한 고민과 노력 끝에 나온 장면. 당일날 촬영장에 온 김주혁은 기분좋은 얼굴로 “리허설 때 제가 준비한 거 보시라고” 란 말을 했다. 그걸 본 뒤 조근현 감독은 “정말 대단한 배우구나”란 걸 확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우리 영화사 대표님 울고, 정우도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와’ 탄성과 탄식들이 나온거죠. 좋은 정도가 아니라 감동이 밀려와, 소리 내서 박수를 친 게 아니라. 다 마음 속에 그 장면이 박힌 거죠. 조혁이 어둠 속으로 싹 사라지는 장면도 대단했어요. CG로 뭔가를 덧댄 게 아니라 그렇게 그대로 찍혔어요. 찍으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그 때는 생전이라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죠. 잘 찍는 신은 이런 우연도 겹치는구나. 그렇구나라고 느꼈던 기억이 나요.”

우연의 일치처럼 영화는 김주혁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한다. 사후 편집을 통해 수정한 건 없다. 이미 대본대로 다 찍어놓은 것이다고 했다.

“일부러 편집한 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전혀 아닙니다. 포커스를 그 쪽으로 갈 의도도 없었구요. 원래 조혁 캐릭터가 그렇게 설정 돼 있었고, 후반 내레이션도 필요해서 따놓은 거였어요. 배우가 갑작스럽게 달리한 뒤엔, 후 반에서 만질 수 있는 게 없었어요. 토시 하나 못 바꿔 있는 그대로 썼어요. 영화를 볼 때마다... 기분을 뭐라고 표현 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다. 설 연휴인 오는 2월 14일 개봉 예정이다. 배우 정우, 김주혁, 정진영, 정해인, 김원해, 정상훈등이 출연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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