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검찰이 연이틀 은행을 압수수색하며 채용비리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금융권까지 검사를 확대하기로 한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제보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채용비리를 일으킨 최고경영자에 대한 처벌이 쉬워지도록 법을 고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은 채용비리 사건이 경영 자율성을 옥죄는 올가미가 될 수 있다며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정훈규기자입니다.
[기자]
금융당국과 검찰이 금융회사들의 채용비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정치권도 거들고 나섰습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은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가 쉬워지도록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은행의 대주주는 그 은행의 이익에 반하여 대주주 개인의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은행의 인사 또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현재 조항에서 ‘대주주 개인의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라는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대주주는 일반적으로 오너를 뜻하지만 은행법상 대주주에는 금융지주 회장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개정안은 개인적 이익이 확인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려웠던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 실효성을 높인 겁니다.
실제 은행권의 채용비리 문제가 최초로 제기됐던 우리은행의 이광구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개인의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채용비리에 대한 사회적 분노 속에 발의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금융사들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관치의 그늘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법이 개정되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부당한 영향력’이라는 기준으로 경영진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개정안의 처벌 범위가 이번에 문제가 된 채용비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모든 경영판단이 해석하기 따라 엮으면 그냥 엮이는 셈”이라며 “앞으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오너 체제가 아닌 은행권의 경영진은 정부는 물론 정치권, 또 노조 등 수많은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데 부당한 영향력이라고 건건이 제동을 걸면 버텨낼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영상편집 소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