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KOREA)’라는 팀명과 한반도기가 새겨진 유니폼 아래 손을 모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10일 마침내 역사적인 올림픽 첫 경기를 치른다.
단일팀은 이날 오후9시10분 스위스와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평창올림픽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치른다. 쉽지 않은 한판이다. 스위스는 세계랭킹 6위의 강호. 한국은 세계 22위이고 북한은 25위다. 게다가 단일팀 중 북한 선수들은 지난달 말에야 팀에 합류했다. 남북이 호흡을 맞춘 지 2주 만에 가장 큰 무대에 한 팀으로 서는 것이다.
단일팀은 탄생부터 논란이 많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단일팀에 한해 엔트리를 35명으로 대폭 늘려줬다고는 해도 경기에 뛸 수 있는 게임 엔트리는 22명으로 변함없다. 단일팀은 우리 선수 23명과 북한 선수 12명이 모인 팀. 기존 우리 선수 중 몇몇은 출전시간 등에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단일팀은 그러나 지난달 25일 첫 만남 이후 빠르게 친해지며 경기장 안팎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진천선수촌에서 북한 선수의 깜짝 생일파티가 열리는가 하면 경포해변에서 겨울 바다를 함께 즐기기도 했다.
지난 4일 인천에서 치른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는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기대할 만한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1대3으로 졌지만 지난해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스웨덴을 상대했을 때보다 오히려 나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레이프 불크 스웨덴 감독은 “열심히 뛰고 잘 조직된 팀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시스템을 충실히 따르는 모습이었다”고 돌아보며 “단일팀은 안방에서 뜨거운 응원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고 했다. 단일팀은 강릉 입성 후 링크를 비워줘야 할 시간을 15분 넘겨 오후10시30분까지 훈련하는 등 전력 다듬기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다.
세라 머리(캐나다) 단일팀 감독은 스위스전에 북한 선수 3~4명을 기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1~2라인 공격수인 이은지·박은정(캐롤라인 박)이 발목 부상으로 1차전에 결장하는 터라 정수현 등 북한 선수들의 경기력에 더 관심이 쏠린다. 2라인에서 정수현과 호흡을 맞춰온 미국 출신 귀화선수인 랜디 희수 그리핀은 정수현에 대해 “정말로 스마트한 선수다. 우리 시스템에 놀랍도록 빠르게 녹아들었고 게임 읽는 눈이 좋다”고 칭찬했다. 단일팀은 스위스에 이어 12일 스웨덴(5위), 14일 일본(9위)과 경기 후 순위결정전 2경기를 더 치른다. 아이스하키는 경기 전이 아니라 경기 후에 국가가 연주되며 승리한 팀의 국가만 들을 수 있다. 단일팀의 국가는 ‘아리랑’. 단 한 번이라도 경기장에서 아리랑을 듣는 게 단일팀의 현실적인 목표다.
한편으로는 승부를 떠나 남북이 올림픽에서 같은 팀으로 호흡하는 모습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단일팀 경기는 일찌감치 모두 매진됐다.
/강릉=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