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설원을 수놓을 ‘걸크러시’들의 힘찬 도약이 12일 시작된다.
이날 오전10시15분 강원도 평창 용평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대회전에서는 ‘스키요정’ 미케일라 시프린(23)과 ‘스키여제’ 린지 본(34·이상 미국)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생애 첫 올림픽이던 2014년 소치 대회에서 회전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시프린은 이번 대회에서 주 종목인 회전·대회전 등 기술 종목뿐 아니라 활강 등 스피드 종목에도 출전해 다관왕을 노린다.
시프린은 지난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평창올림픽에서 3~4개 종목, 더 나아가 5개 전 종목에 출전하겠다”며 다관왕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시프린의 헬멧에는 ‘ABFTTB’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남자애들에게 질 수 없다(Always Be Faster Than the Boys)’라는 뜻이다.
이어 오후1시30분에는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에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인 재미교포 클로이 김(18)이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다. 글로벌 매체 타임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명 명단에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이름을 올리기도 한 그는 15세의 나이로 동계 엑스게임 사상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천재 소녀다. 2016년 US 그랑프리에서는 여자 선수 최초로 1,080도 회전을 연달아 성공해 사상 첫 100점을 받은 그는 소치 대회에 나이가 어려 나가지 못했던 아쉬움을 평창의 금메달로 씻어낸다는 생각뿐이다. 클로이 김은 지난달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은 생애 첫 올림픽이자 부모님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라 더욱 특별하다”며 “평창에서도 1,080도 연속회전 기술을 멋지게 잘해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할머니 앞에서 처음 하는 경기인만큼 부담감 없이 올림픽을 맘껏 즐기겠다”고 다짐했다.
오후9시50분에는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일본의 ‘미녀새’ 다카나시 사라(22)와 노르웨이의 마렌 룬비(24)가 맞붙는다. 다카나시는 월드컵 통산 53승으로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큰 경기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4년 전 소치올림픽을 앞두고도 김연아·시프린과 함께 올림픽 금메달 1순위에 꼽혔지만 금메달을 딴 시프린, 은메달을 딴 김연아와 달리 2차 시기에서 실수를 하며 4위에 그쳤다. 룬비는 이번 대회 개막 직전 열린 월드컵에서도 다카나시에게 3전 전승을 거두는 등 이번 시즌 월드컵 7승으로 압도적인 1등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다카나시에게는 평창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 월드컵 최다승 기록을 세운 53번째 승리를 바로 평창에서 이뤄냈다. 그는 “(평창에는) 훌륭한 점프대도 있고 대회 관계자들도 친절하다”며 평창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이 경기에는 한국 최초의 여자 스키점프 대표인 박규림(20)도 나설 예정이다.
/강릉=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