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박수 칠 때 떠난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이임식도 갖지 않았지만 직원들 송별인사 이어져

재임기간 3년동안 세종문화회관 실적-위상 높여



지난 10일 3년의 임기를 마친 이승엽(사진)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박수 속에 떠났다. 박수 소리는 조촐했다. 특유의 소탈한 성격답게 이 사장은 이임식을 치르지 않았다. 그러나 박수소리는 길었다. 한 주간 이 사장의 집무실에 직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8일에는 15명의 서울시 꿈나무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집무실을 찾아 악기를 연주하며 조촐한 송별연을 열어줬다. 같은 날 세종문화회관의 막내 직원들이 영양제와 간식 등이 정성스레 담긴 선물 바구니를 들고 이 사장을 만났다. 이 사장이 취임 직후인 2015년 채용한, 세종문화회관의 마지막 공채 직원들이다.

이 사장이 박수 속에 떠날 수 있었던 이유는 3년간의 실적과 세종문화회관의 위상 변화가 말해준다. 이 사장 취임 직후 도입된 시즌제는 극장 운영은 물론 산하 예술단체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기여했고 시즌 패키지 티켓 판매율 역시 매년 신장, 2017-18 시즌 패키지 티켓의 경우 1월말 현재 전년 대비 30%에 달하는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사장 취임 직후 공연예술계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취임 첫해인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2017년에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와 벚꽃 대선으로 공연계 침체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 사장은 극장 전체 메르스 방역을 시행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고 축제 전문가답게 산재했던 중소규모 축제들을 한 자리에 모아 ‘소나기:메르스 브레이커’ 축제를 열며 공연예술계 사기 진작에 나섰다. 이 축제는 이제 봄·가을 시즌에 열리는 ‘세종 페스티벌’로 서울을 대표하는 시민 예술축제로 자리잡았다. 정국 혼란 속에서는 매 주말 이 사장이 직접 현장을 챙기며 광화문 촛불 집회 인파가 극장 시설을 이용하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안전사고 예방 활동도 진두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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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차인 2016년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사장 월급과 직원 수당을 삭감했을 정도로 그동안 누적된 재정난의 부담이 증폭된 해였다. 당시 연봉의 절반을 반납한 이 사장과 함께 허리띠를 졸라맨 직원들의 노력으로 약 18억6,000만원의 적자를 예상했던 세종문화회관은 소폭의 흑자를 내는데 성공했고 지난해 잉여금은 약 1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세종문화회관이 개관 40주년을 맞는데다 광화문 예술복합단지 조성을 위한 원년이라는 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 서울시 공무원들과 세종문화회관 직원들도 그의 연임을 바랐지만 이 사장은 연임 없이 3년간 모든 열정을 쏟고 물러나겠다는 당초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이 사장은 새 학기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극원 정교수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7년간의 학교생활을 끝내고 세종문화회관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사표를 내고 그의 빈자리를 새 임용으로 채워달라는 뜻을 전했으나 끝내 신규 교원 채용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 사장이 돌아가게 됐다. 서울시는 조만간 임원추천위원회를 소집하고 신임 사장 공모 작업에 착수한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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