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中企도 늘리는 해외투자, 국내 고용·투자엔 그늘..."'리쇼어링' 힘써야"

/자료=한국은행/자료=한국은행


현지시장 진출과 신기술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고용과 투자는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현재 유명무실한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해외직접투자의 주요 특징 및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는 2016년 사상 최대치인 352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도 반기 기준 최대치인 236억달러로 집계됐다.


최근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해외 판로를 넓히기 위한 현지시장 진출 목적의 수평적 투자가 절반 이상(52.2%)을 차지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임금이 싼 해외에 생산시설을 이전하던 과거의 해외투자와는 양상이 달라졌다. 제조업 부문 수평적 투자는 2003~2009년 157억달러에서 2010~2016년 350억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전체 제조업 해외직접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2%에서 59%로 뛰었다.

해외 진출 목적의 투자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제조업체도 늘리는 추세다. 제조업 부문 현지시장 진출 투자는 2014년 45억달러에서 2016년 52억달러로 늘었는데, 증가분 7억달러 중 4억달러가 중소기업의 몫이었다. 이는 상당수의 중소 제조업체가 납품처인 대기업과 해외로 동반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이런 현지시장 진출 투자는 미국·중국에 집중돼 있던 우리 기업의 해외 판로를 넓혔을 뿐 아니라 최근 심해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은 현지에 생산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관세 폭탄’과 같은 글로벌 무역장벽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한국은행/자료=한국은행


하지만 중소 제조업체까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고용과 투자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실제 보고서가 해외직접투자 경험이 있는 53개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해외직접투자는 국내 고용과 투자 증가율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서 생산해 바로 판매하는 현지법인의 매출이 급증하면서 국내 생산품의 수출이 줄어드는 것도 우려 요인이다. 과거처럼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중간재 수출이 늘면서 전체 수출이 증가하는 효과(수출유발효과)는 약해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수출유발효과는 2011년 173%에서 2016년 117%로 뚝 떨어졌다.

관련기사



이에 따라 제조업의 국내 산업공동화를 방지하려면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지원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관련 법까지 만들어 유턴기업들에 대해 조세 감면, 투자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각종 제한 사항들 때문에 사실상 지원이 유명무실한 상태다. 현행 지원대상은 중소·중견기업에 한정된데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복귀는 조세 감면 지원도 받지 못한다.

베트남·인도 등 신흥국은 규제 철폐를 통해 선진국 대기업의 직접투자 유치에 나서고, 독일·미국 등 선진국은 자국 제조기업을 돌아오게 만드려는 줄다리기가 팽팽한 현실에서 우리나라만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보고서를 쓴 이용대 한은 과장과 최종윤 조사역은 “지원 요건을 완화해 국내 복귀가 필요한 기업에 대해 보다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의 국내 복귀를 어렵게 하는 주요인인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임금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빈난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