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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골든슬럼버’ 강동원 “평범하게 보이려 초콜렛 먹어..5kg 찌웠다”

배우 강동원은 영화 ‘골든슬럼버’(감독 노동석) 속 건우와 상당 부분 닮아있다. 월등히 잘생긴 외모 탓에 다소 차가울 거란 편견과는 달리 순박하고 착한 소시민이 그의 진짜 얼굴이다.

배우 강동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배우 강동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의 도주극을 그린 작품. 강동원은 극 중 모범시민에서 하루아침에 대통령 후보 암살 용의자가 된 김건우 역을 맡아 연기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앞서 ‘골든슬럼버’ 촬영에 들어가기 전 남다른 고민에 빠졌다. 택배기사 직업을 가진 ‘평범한 소시민’으로 분해야 했기 때문. 그의 ‘잘생김’이 역할을 위해 넘어야 할 큰 산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 5kg을 찌웠다. 살찌는 음식을 챙겨먹었다. 원래 단 걸 안 먹는데 현장에서 초콜렛을 먹고 그랬다. 펌은 분장팀이 하자고 해서 하게 됐다. 나는 배우들의 헤어나 얼굴은 영화에 어느 정도 저작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의 인물 콘셉트는 외부에 잘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 미리 보여주기가 싫어서 공식석상에는 일부러 다르게 연출해서 나타난다. ‘인랑’에서는 머리가 짧아서 다른 데에는 머리를 길게 해서 갔다. 모자를 쓰기도 한다.”

강동원은 스스로 수려한 외모가 연기인생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을까. “그런 생각이 있어도 그런 걸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한들 뭐가 나아지겠나.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해서 그걸 뛰어넘어야겠다. 나도 이제 마흔이 넘어가면 아저씨가 될 텐데.(웃음) 어린 캐릭터를 연기하려면 체중 조절을 해야겠더라. 이번에 대학생 역할이 무리가 있어 보이더라. 분장과 CG도움을 받았다.”

배우 강동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배우 강동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건우 만큼이나 내적으로도 평소 소탈한 부분이 있냐고 묻자 “데뷔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별로 바뀐 게 없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친구도 항상 똑같다고 한다. 친구들과 술 마시고 그러긴 하는데 사람 많은 곳을 잘 못 가긴 한다. 지금까지 나는 평범하게 살았다”고 답했다.

강동원은 ‘골든슬럼버’를 통해 두 가지 주제를 전하고자 했다. 첫 번째는 실제로 평범한 시민이 큰 힘에 의해 테러를 당하고 조작 당하는 사건을 환기시키는 것. “그런 일을 당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때만 화제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피해자들에게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지점을 한 번 생각하게끔 만들고 싶었다. 마음이라도 시원하시기를 바랐다.”


두 번째는 ‘친구들의 우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했다. “서른 쯤 됐을 때 실제 고민한 건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너무 많이 달라져있더라. 다시 봐봤자 좋을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릴 때 순수하게 아무 생각 없이 지냈던 친구들이 개인적인 욕심을 선택하거나 여전히 그대로이거나 더 큰 뜻을 품는 경우 등이 있었다. 서로가 너무 달라지면 못 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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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생 올해로 38세이자 미혼인 그에게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혼 조바심은 없다. 친구들이 ‘너는 결혼을 제일 늦게 하거나 안할 거다’라고 했다. 이전엔 내가 만약 결혼을 하게 되면 제일 빨리 할 거라고도 했는데, 20대 후반이 지나고서는 아예 늦게 할 것 같다고 하더라. 어릴 때부터 자유로운 걸 좋아했다. 한편으론 나이가 들어서도 일만하고 가정이 없으면 허무하려나 생각도 든다. 아직은 모르겠다.”

배우 강동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배우 강동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지난해 12월 27일 개봉해 700만 관객수를 돌파한 ‘1987’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다.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발단으로 이한열 열사의 투쟁, 그리고 6월 항쟁까지를 그린 작품. 영화는 당시 군부독재를 비판하며 민주화 운동 열사 추모의 내용을 담아 정치색이 짙다는 반응도 따랐다. 강동원은 극 중 이한열 열사로 분했다.

“많은 영화들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기획되는데, ‘1987’이 기획된 것은 한 번도 이야기된 적 없는 걸 다뤄보고자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1987년 이후 30주년을 맞아 개봉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누군가는 정치적이라고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왜 정치적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역사적인 영화를 했을 뿐이다. 내가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지 30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냥 있었던 얘기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골든슬럼버’ 말고도 추후 제작되길 바라는 소설이 있는지 묻자 강동원은 “있다. 그런데 내가 소설을 읽을 시간이 거의 없다. 지금은 시나리오 읽는 시간도 벅차다. 소설은 여행갈 때 한 두 권 들고 가서 읽는 정도다”라며 “거기서 영감을 받아 짧게 시놉을 써본 적도 있다. 시나리오도 한 권 써봤다. 초고가 나왔는데 아직 마음에 안 들었다. 개연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대사를 2주 만에 써서 못 봐주겠는 부분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가 쓴 시나리오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사건이 복잡하지만 휴머니즘을 담고 있는 이야기다. “글 쓰는 데에 관심은 없었는데 잠깐 시간이 주어져서 써보게 됐다. 내가 가진 아이디어가 있어서 시놉을 쓰고 작가에게 넘기기로 했다. 몇몇 사람들이 동의하고 재미있겠다고 했다. 그게 출발이었다. 이후에 외국작가를 붙이려다보니 좀 더 자세히 써야겠더라. 아이디어가 생각나는 대로 써보니 30페이지가 됐다. 이 정도면 작가에게 넘겨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 공간도 생각나고 디테일도 생각나서 신을 구분했다. 그랬더니 50페이지가 되더라. ‘뭐야?’ 놀라면서 시나리오가 되가는 것 같아 대사를 써보니 70페이지까지 됐다. 주변 사람들이 보고는 재미있다고 하는데 아직 내가 못 보겠어서 수정을 해야겠다. 그런데 이게 취미로 한 거라 영화로 안만들 수도 있다. 그래도 아이디어를 계속 만들고 있다.”

배우 강동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배우 강동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그러면서 강동원은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제작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욕을 내비쳤다. “내가 재미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하고 싶다. 주변에 좋은 제작자 분들도 많다. 갈수록 나도 많은 지식들이 쌓여가고 항상 공부하고 있다. 연기를 하다 보니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균형감도 생기는 것 같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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