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데스크진단]“군산공장 폐쇄” 한국에 대놓고 협박한 GM

이철균 경제부장

선거 앞둔 압박에 정부는 딜레마

무작정 지원 땐 GM 먹튀만 조장

경영개선·장기투자 약속받아야



일주일 전인 지난 7일 제너럴모터스(GM)가 우리 정부에 유상증자 등의 자금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공개되자 정부의 한 고위관료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말 묘한 시점에 치밀한 계획을 갖고 움직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GM은 많게는 30만개의 일자리를 갖고 흥정을 하는 거다. 우리는 거절할 수도, 그렇다고 무조건 수용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진단은 맞았다.


GM은 잘 만든 각본대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6일(미국 현지시간)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독자생존 가능한 사업을 위해 (한국GM에)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국GM 철수설에 불을 지폈다. 배라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는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대표. 그는 지난 1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한국 정부로부터) 곧 답이 있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GM으로부터) 구체적인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우리 정부가 선을 긋자 그들은 협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더 강한 압박전술을 펼쳤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선수를 뺏긴 채 협상하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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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지 않아서였을까. GM은 급기야 13일 군산공장을 오는 5월 말까지 완전히 폐쇄하고 한국 모든 사업장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한다고 발표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한국GM이 중장기적으로 경영구조 개선을 어떤 형태로 할지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최소한의 이윤구조를 가질 수 있는 방향이 뭔지 같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답변한 뒤에 이뤄진 전격적인 조치였다. GM은 우리 정부에 전날 저녁 전화로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통보했을 뿐이었다. GM은 압박 강도를 더 높였다. 댄 아만 GM 사장은 “군산 이외 나머지 영업장(부평1·2, 창원공장)의 미래는 한국 정부, 노조와의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수주 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에 최후통첩을 보내듯 그는 “시간이 부족하고 모두 급박하게 움직여야 한다”고까지 했다. GM이 원하는 수준의 해답을 내놓지 않을 경우 완전 철수까지 할 수 있다고 우리 정부를 협박한 셈이다. GM은 우리 정부에 △세금 감면 등 재정지원 △유상증자 참여 등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13일 오전 폐쇄가 결정된 제네럴모터스(GM) 전북 군산 공장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연합뉴스13일 오전 폐쇄가 결정된 제네럴모터스(GM) 전북 군산 공장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선택지가 제한된 우리 정부는 GM의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에 내심 불쾌하고 당황하는 모습도 보인다. 백 장관은 “군산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지만 정부의 한 관계자는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격 발표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다른 기업들처럼 GM을 압박하기에는 벅차다. 일자리도 문제지만 GM은 미국 기업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면서 무차별적 통상전략을 펼치는 도널드 트럼프의 서슬 탓에 GM을 여느 기업처럼 대할 수도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우리 정부의 수를 좁히는 요소다. 결국 우리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한국GM에 대한 실사 절차에 돌입했다. 지원을 위한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해는 간다”면서도 “지원을 위해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이전가격 문제, 고금리대출 등 몇 가지 쟁점을 확실히 해소하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GM의 신규 물량 배정이나 새로운 차량 개발계획 등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성장을 위한 청사진 없는 지원이 자칫 여타 국가에서 했던 것처럼 GM의 먹튀만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GM은 2013년 말 이후 지난해까지 유럽 사업철수, 호주·인도네시아 공장 철수, 태국·러시아 생산 중단 또는 축소, 인도 내수시장 철수, 남아프리카공화국 쉐보레 브랜드 철수 등을 단행하면서 여러 국가들에 ‘신뢰’를 잃었다. 우리 정부가 GM으로부터 전체적인 경영개선 방향이나 ‘롱텀 커미트먼트(long term commitment·장기 투자)’를 제시받고 지원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fusioncj@sedaily.com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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