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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흑기사’ 서지혜 “김병옥의 ‘서린이 누나’..웃음 터져 NG”

KBS 2TV 드라마 ‘흑기사’의 숨은 중심엔 배우 서지혜가 있었다. 연인인 해라(신세경 분)와 수호(김래원 분) 사이를 갈라놓으려 히스테리를 부리는 인물 샤론은 ‘서지혜의 재발견’이란 수식어를 안겨줬다. 끝없이 악독했고 처연했고 그만큼 강렬했다.

배우 서지혜 /사진=HB엔터테인먼트배우 서지혜 /사진=HB엔터테인먼트





‘흑기사’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위험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정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서지혜는 극 중 불로불사로 250년을 산 샤론 양장점 디자이너 샤론 역을 맡아 연기했다.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지만 이기적이고 까칠하다. 피해의식에 소유욕 강한 샤론은 200여 년간 수호의 사랑을 기다렸지만, 어긋난 욕망과 도착에 불타 소멸하고 말았다.

지금껏 이지적이고 당찬 커리어우먼 캐릭터를 주로 선보여 온 서지혜가 ‘흑기사’를 통해 판타지, 로맨스, 액션, 사극에 동시 도전했다.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에타에서 만난 서지혜는 드라마 종영 소감으로 “잘 마무리한 것 같아 뿌듯하면서도 시원섭섭한 게 크다. 4개월 동안 추운데서 고생하며 찍었는데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나는 드라마 초반부터 죽는 게 설정돼 있었다. 그래서 샤론은 잘 마무리된 것 같다. 마무리하기 힘든 캐릭터였는데 체념하듯이 죽음을 받아들였다. 결말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샤론은 첫 회에서 신비스럽게 등장한 후 일찍이 수호에 대한 소유욕을 드러내고 시종일관 그의 연인 해라를 질투하며 괴롭혔다. 그럴수록 수호는 샤론을 밀쳐냈고, 샤론은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 그의 가슴에 은장도를 찔렀다. 모든 화의 근원은 샤론이 사랑받지 못한 상처가 큰 탓이었다. “짠했다. 샤론이 알고 보면 막연하게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는 아니었다. 이 친구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걸 사람들이 잘 받아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고 뿌듯했다. 내 입장에서는 되게 안타까운 인물이었다.”

매회 폭발적인 감정연기로 드라마에 몰입감을 선사한 덕에 샤론은 서지혜에게 인생캐릭터로 불렸다. “감사하다. 좋게 봐주시고 샤론 캐릭터에 대해 많이들 응원해주셨다. 악녀캐릭터이기 때문에 욕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드라마 찍는 와중에도 되게 즐거웠다. ‘인생캐릭터’라는 수식어가 감사하면서도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좋은 캐릭터를 만나서 연기를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배우 서지혜 /사진=HB엔터테인먼트배우 서지혜 /사진=HB엔터테인먼트


서지혜 역시 초반에는 불로불사의 샤론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이 따랐다. “250년을 살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상상하기 힘든 작업 이었다”며 웃은 그는 “샤론에게 할머니 같은 면도 있을 거라 상상했다.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하면서 캐릭터를 잡아갔다. 중간 중간 시대물도 보여줬는데, 그런 신들을 상상하며 캐릭터를 잡았다. 올드한 느낌의 대사들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아메리카노’를 ‘블랙커피’라고 표현하는 등 포인트를 주려 했다”고 전했다.


“처음에 4회까지 나온 대본을 읽었을 때는 캐릭터가 너무 센 느낌이었다. 악녀의 끝을 보여줄 것 같았다. 악녀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없어서 걱정하기도 했다. 초능력도 쓰고 250년 산 괴물이었다. 그래도 독특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감독님과 미팅을 하면서 중반에 샤론의 오묘함보다는 사람 같은 면을 보여주려 했다. 감독님께서 ‘질투의 화신’ 때의 차가운 느낌을 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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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꼽을 만한 인상 깊었던 장면을 묻자 서지혜는 매 신이 재미있었다고 깊은 애정을 보였다. “캐릭터가 독특해서 초반에는 연기하기가 힘들었다. 극 초반에 백희의 목을 조르는 신, 액션신, 마법을 부리는 신, 춤추는 신 등 매신이 독특하고 강렬하게 나왔다. 나는 이 드라마를 하면서 웬만한 장르는 다 해본 것 같다. 사극, 액션, 춤까지 4개월 동안 네다섯 작품은 한 느낌이었다.(웃음)”

매 장면이 런웨이로 보였을 만큼 서지혜는 샤론양장점 디자이너답게 화려한 의상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실제 170cm의 훤칠한 키가 ‘모델 포스’에 한 몫 했다. “캐릭터상 아무래도 패션 쪽에 신경을 쓰게 됐다. 캐릭터가 워낙 세서 처음 1, 2회 등장 때는 내가 많이 나오지는 않아서 외적으로 신비하고 미스터리해 보이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화려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의상으로 포인트를 줬다. 스타일리스트가 의상을 정리하면서 말해주기를, 내가 이 드라마를 하면서 입은 의상이 100벌이 넘는다고 하더라. 정말 많이 입었다. 즐거웠던 작업이었다. 지금까지의 캐릭터를 보면 오피스룩, 단아한 걸 많이 입었는데 이번에는 내 마음대로 입을 수 있었다. 포인트 되는 벨트, 악세서리, 반지에도 신경 썼다.”

김래원과는 2014년 SBS 드라마 ‘펀치’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인데, 두 사람은 HB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는 사이이기도 했다. “래원 오빠와 두 번째 호흡이라 편했다. 오빠도 저도 신 조언을 서로 편안하고 솔직하게 나눴다. 새로운 사람을 한 번쯤 만나고 싶다고 장난도 치고 그랬다.(웃음) 촬영 내내 편했다.”

배우 서지혜 /사진=HB엔터테인먼트배우 서지혜 /사진=HB엔터테인먼트


극 중에서는 철천지원수로 담긴 서지혜와 신세경의 신경전 또한 관전 포인트였다. “초반에 술을 많이 먹는 신들이 있어서 재미있게 시작했다. 우리는 ‘여여케미’가 있었다. 여자 대 여자로 좀 더 많이 부딪히는 신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의 신경전이 재미있더라. 서로 재미있게 촬영했다.”

샤론에게는 두 명의 가족 아닌 가족이 있었다. 철없던 그를 거둬준 베키(장미희 분)와 함께 일하던 승구(김설진 분). 샤론양장점에서 서로 부대끼며 샤론의 민낯을 알던 이들이다. “장미희 선생님은 이전에 ‘귀부인’으로 작품을 같이 해서 편안하게 촬영을 한 것 같다. 선생님이 워낙 본인 캐릭터도 재미있게 연기해주셔서 서로 케미가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공유도 많이 하고 어떨 땐 엄마 같고 언니 같고 친구 같았다. 선생님도 워낙 베테랑이시니 잘 맞춰주셨다. 마지막에 베키가 샤론과 등 돌리는 장면은 왠지 짠하더라. 연기하면서 눈물이 났다. 저희끼리는 지나가는 말로 ‘연말에 베스트 커플상 노려보자’고 했다.”

“김설진 씨는 처음에 대본 리딩을 했을 때부터 바가지 머리를 하고 오셔서 독특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승구 역을 되게 독특하면서도 잘 어울리게 연기하시더라. 연기를 되게 잘 하셔서 물어봤다. 이전에 이미 연극무대 같은 걸 하셨다고 하더라. 춤까지 잘 추면서 연기하기가 어려울 텐데 신기했다. 초반에 서로 연기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 250년 산 샤론의 정체가 주인공에게는 들키면 안 됐고 승구과 베키만 알았다. 그래서 그 둘에게는 내가 풀어진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박철민 역의 중년배우 김병옥이 서지혜에게 “누나”라 부르는 신은 아이러니한 설정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소년 철민에게는 나이가 들어 만난 불로불사의 샤론이 ‘영원한 누나’였던 것. 서지혜 역시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웃음 지었다. “‘누나’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되게 묘했다. 이전에는 젊은 철민의 시절을 보여줘서 거의 부딪힐 일이 없었는데, 중반 이후에 자꾸 마주치게 됐다. 웃음이 터져서 NG가 여러 번 나기도 했다. 실제로도 저를 만나면 김병옥 선배님께서 ‘서린이 누나’라고 하셨다. 어떻게 보면 내가 선배님에게 반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어서 ‘야자타임’하는 느낌도 들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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