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 압박 공세에 중국이 수수와 대두 반덤핑 관세 부과 카드로 맞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중 무역 압박이 한층 거세지면 중국이 보유한 국채 매각이나 보잉 여객기 구매 제한과 미국 IT 기업에 대한 반독점 위반 여부 조사 강화, 미국 유학생 억제 등의 조치를 순차적으로 중국이 꺼내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암운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두부를 만드는 콩과 돼지 사료로 쓰이는 대두의 수입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중국이 대두 수입을 줄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미 중서부 지역 대두 농가가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중국의 돼지 농가도 동시에 큰 영향을 받고 중국인 최대 식재료인 돼지 고기 가격에 파장이 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중국산 세탁기, 태양광 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것에 대한 맞보복 조치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전체 미국 대두의 3분의 1을 사들이는 최고 수입국이다. 중국이 대두 수입량을 줄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중간선거 때 지지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 중서부주 대두 농가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바로 대두인 셈이다.
하지만 중국도 대두 수입을 줄일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무엇보다 4억 마리에 달하는 중국 내 돼지 사료 재료로 대두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양돈국이자 최대 돼지고기 수입국인 중국이 수입을 줄이면 당장 양돈 농가가 요동칠 수 있고 돼지 고기 가격에 파동이 일면서 정치 이슈로 불거질 수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 지도부는 다른 식재료보다 돼지 고기 가격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돼지고깃값 상승이 13억 중국 국민의 체감물가를 움직여 정치적 불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대두 수입량 조절 외에도 미국의 대중국 무역조치에 대한 다양한 맞무역 보복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 1월부터 미국에서 수입되는 대두에 반덤핑·반보조금 관세 부과 등 무역구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미국의 무역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최근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한 브리핑에서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이 “무역구제조치 남용”이라며 “중국은 WTO 회원국들과 함께 정당한 이익을 결연히 보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매체들도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 조치가 양국 무역전쟁의 신호탄이라고 규정하고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와 환구시보 등은 미국의 무역 압박 조치에 중국도 WTO를 통한 압박이나 미국 국채 매입 중단 카드,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덤핑 조사 개시와 벌금 부과 등의 맞불 대응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현재 중국은 미 국채 1조2,000억달러(약 1,300조원)어치를 매입한 미 국채시장의 최대 ‘큰손’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중국이 매입 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할 경우 미 채권가격이 급락(국채금리 급등)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미칠 가능성이 크다. 환구시보는 대미 경제보복 카드로 애플의 아이폰과 보잉사 항공기 구매 제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베이징 금융가에서는 중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외환유출도 잦아든 만큼 당장 미 국채 매각 압박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