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中, 싱크탱크 '제4권력' 대접...韓선 '정부 용역기관' 전락

中, 해외인재 유치 위해 비자 면제·보조금 지급 등 적극

年예산 10조 중국과학원은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 주도

韓기관은 정부대행사업 늘어 고유연구·논문 실적 부실

"KDI 등 출신들 국회 입성 '정거장' 사례 늘어" 지적도

지난 2016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가 ‘네이처 인덱스 라이징 스타(Nature index 2016 Rising Star)’를 발표했다. 최근 4년 동안 네이처가 발행하는 68개 학술지 논문을 분석해 전 세계 기초과학 분야에서 떠오르는 기관들의 순위를 지표화한 것이다. 100위권에 중국 대학과 연구소 등 싱크탱크 40개가 포함됐고 심지어 1위~9위를 중국과학원과 베이징대·칭화대 등이 차지했다. 과학계는 기초과학 분야까지 장악해가고 있는 중국의 ‘인해전술’에 혀를 내둘렀다.

중국의 싱크탱크가 저력을 발휘하게 된 배경에는 ‘천인계획’이 있다. 중국은 2008년부터 해외 유명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근무한 박사 취득자 1,000명을 유치하겠다며 1인당 100만위안의 보조금·주택·의료·교육서비스 제공 등 12가지의 유인책을 제시했다. 그 결과 2014년까지 4,000여명의 중국 출신 유학생, 중국계 연구원들이 중국 내 각종 싱크탱크로 자리를 옮겼다.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G2 위상에 걸맞은 싱크탱크를 육성하겠다”며 10년간 고급 인재 1만명을 육성하겠다는 ‘만인계획’까지 시작했다.


중국의 인재유치 전략은 유효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중국계 미국인 양전닝 박사와 컴퓨터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 수상자 야오치즈 박사가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중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뿐만 아니라 로스앨러모스(Los Alamos)연구소 등 미국 국책연구소 출신 연구원들이 모국인 중국으로 돌아와 난팡과학기술대에 모여 한 시간 이내 핵탄두 투하가 가능한 초음속 비행체와 스텔스 잠수함 등 중국의 차세대 전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2006년 70여개에 불과했던 싱크탱크도 2017년 512개로 7배 불어났다. 싱크탱크를 대표하는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와 카네기 연구소도 중국의 문을 두드렸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칭화대와 공공정책 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카네기연구소도 칭화대와 글로벌정책센터를 열었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발표한 2017년 대학 연계 지역연구 순위에서 ‘브루킹스-칭화센터’와 ‘카네기칭화센터’가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한국과 중국·일본·인도 4개국의 싱크탱크를 비교하는 순위에서도 ‘톱(TOP) 30’ 안에 이름을 올린 중국의 싱크탱크는 10개로 한국 5개, 일본 6개에 비해 많다.

공산당의 영향력이 큰 중국 싱크탱크에 대한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중국의 싱크탱크가 단기간 이뤄낸 양적·질적 성장은 막대한 정부 지원과 싱크탱크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중국과학원은 한 해 예산만 10조원에 달하며 오는 2020년 화성 탐사선 발사를 준비하는 등 중국 과학의 백년대계를 그리는 본진 역할을 하고 있고 중국사회과학원은 일대일로와 장강프로젝트 등 굵직한 중국의 경제 프로젝트 선봉에 서있다. 중국의 싱크탱크가 ‘제4의 권력’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와 달리 개발연대에서 주연이었던 한국의 싱크탱크는 조연으로 전락했다. 2015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출연 연구기관의 예산현황을 분석해보면 정부출연금 총액은 2011년 3,892억원에서 2015년 4,324억원으로 11.1%(431억원) 증가했지만 수탁용역수입(정부대행사업수입 포함)은 2011년 3,444억원에서 2015년 4,437억원으로 약 28.8%(993억원) 증가했다. 과도한 수탁수주로 기관 고유연구와 일반연구사업이 부실해지고 정부부처에 과도하게 종속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식의 시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국가 브레인을 영업사원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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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입맛에 따라 국내 싱크탱크들이 연구용역에 매달리다 보니 논문 실적은 처참하다. 2013년 이후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6개 기관에 속한 4,024명의 연구원이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은 총 5,364건으로 연구원 1인당 연평균 0.3건을 게재하는 데 그쳤다. 연구역량을 평가하는 척도로 자주 통용되는 국제전문학술지 게재 실적은 0.03건에 불과했다.

국내 연구기관에 대한 처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보니 한국의 ‘두뇌유출’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1995년 한국 두뇌유출 지수는 7.53으로 고급 인력의 기회의 땅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2015년 한국 두뇌유출 지수는 3.98로 나타났다. 지수가 낮을수록 인재들이 떠나는 비율이 높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책연구기관 등 싱크탱크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어든 후 국가 싱크탱크로의 인력 유입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위상이 줄어든 국내 싱크탱크가 결국 ‘이직 정거장’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원 출신들이 국회에 입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들이 국회에서 내는 목소리는 연구자로서의 입장이 아닌 특정 정파에 치우치다 보니 후배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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