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文 "美 보호무역, WTO 제소 포함 결연히 대처하라"

靑 수보회의서 강력 대응 주문

안보와 통상 분리해 투트랙 접근

"군산 고용위기지역 지정 등 특단 대책 마련을" 지시도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결연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결연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국의 통상압박과 관련해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나가고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철강·전자·태양광·세탁기 등 우리 수출품목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로 해당 산업의 국제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수출 전선의 이상이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안보와 통상을 분리해 투트랙으로 접근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GM 공장 폐쇄로 직격탄을 맞은 전북 군산지역에 대해 “군산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며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과 고용위기지역 지정 등 제도적으로 가능한 대책이 있다면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최고 53%의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3일 외국산 세탁기·태양광 제품을 대상으로 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발동을 결정했다.


문 대통령의 대응방안은 세탁기·철강 제품 등 한국산 주력수출품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려는 미국에 대한 반격 카드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에도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청와대에서 면담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청와대가 이날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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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최근 환율·유가 불안에 더해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는 통상장벽을 쌓고 있는 미국 정부를 정면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생각은 안보 논리와 통상 논리는 다르다는 것”이라며 “서로 다르게 궤도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미 FTA 개정이 한번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의 경우 한미 FTA가 최상위법으로 모든 법에 우선하는데 미국은 연방법원이 우선해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해 “국제법과 관습법에 근거해 WTO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자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6월 (첫 한미 정상회담)에는 미국도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를 꺼내지는 않았다”며 “당시는 낮은 수준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우리도 낮은 수준으로 이야기한 것이고 이번에는 높은 수준이라 높은 수준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핵 한미공조에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무역분쟁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했으나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을 기점으로 한미관계에 있어 안보와 경제문제는 분리해 대응하는 두 바퀴 전략으로의 선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최대 대외 이슈가 한미 통상갈등이라면 대내 쟁점은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따른 지역경제 위기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보회의에서 지역의 실업·경기침체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다. 그 배경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군산지역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군산지역은 설상가상의 상황이라는 진단도 내렸다. 문 대통령은 “(한국GM) 협력업체들까지 이어질 고용 감소는 군산시와 전북도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실직자 대책을 위해서는 응급대책까지 함께 강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한국GM 지원 여부와 별도의 의사결정이라는 게 고위당국자들의 해석이다. 이번 지시는 공장 폐쇄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내수침체를 막기 위한 조치이고 한국GM의 경영을 도울지 말지는 GM 측의 경영책임 등을 따져본 뒤 냉철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 분위기라면 한국GM에 정부가 끌려다니기보다는 원칙론에 입각한 강공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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