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운용사들 "4차산업 투자는 해외ETF로"

美 증시 기술주 조정 이뤄지며

종목보다 지수 투자가 안정적

해외ETF 투자상품 잇단 출시



애플이 5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는 등 뉴욕증시에서 기술주의 상승세가 다시 시작되며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과 금융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수십 개의 4차 산업혁명 펀드를 출시하며 재미를 봤던 국내 운용 업계는 해외 4차 산업혁명 상장지수펀드(ETF)를 담는 펀드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다시 한번 투자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 해외 자산운용사들은 핀테크, 블록체인,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에 투자하는 다양한 ETF로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조만간 ‘KB글로벌메가트렌드’펀드를 출시, 가입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이 상품은 정보통신기술(ICT)과 IoT,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스마트모빌리티, 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국내외 ETF에 주로 투자한다. DB자산운용은 ‘DB스타트업(Start Up)글로벌4차산업EMP’를 출시해 19일부터 가입을 받기 시작했다. ETF에 투자하는 재간접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5일부터 8일간 비슷한 콘셉트의 ‘미래에셋글로벌4차산업EMP목표전환형1호’를 모집하며 280억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자산운용사들은 국내외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았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설정된 4차 산업혁명 관련 펀드는 ‘KTB글로벌4차산업1등’ ‘삼성픽테4차산업글로벌디지털’ ‘삼성로스차일드4차산업빅데이터’ ‘DB글로벌핀테크’ ‘멀티에셋글로벌4차산업전환사채’ ‘교보악사로보테크1호’ 등으로 이들은 주로 ETF가 아닌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대표적으로 3,000억원 이상을 끌어모은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펀드의 경우 지난해 12월1일 기준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이 마이크로스프트와 텐센트·삼성전자·애플·아마존이다. ETF에 다시 투자하기보다는 직접 기업을 선별하는 것을 선호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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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 들어 출시되는 상품은 해외 ETF에 투자하는 것을 주된 투자 전략으로 삼고 있다. 국내 운용 업계가 해외 ETF로 눈을 돌리는 것은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의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종목보다는 지수에 대한 투자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등 일명 ‘FAANG’이 하락하면서 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점도 ETF 투자로 눈을 돌린 이유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 관련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4.10%며 연초 이후 수익률도 0.36%에 그쳤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4차 산업혁명 펀드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FAANG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최근 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망가졌다”며 “FAANG을 담는 것만으로 4차 산업혁명 펀드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해외 ETF 펀드 출시를 이끌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에 다양한 콘셉트의 4차 산업혁명 ETF가 상장된 것도 이유다. 국내에 상장된 4차 산업혁명 관련 ETF가 ‘TIGER글로벌4차산업혁신기술’ ‘KODEX글로벌4차산업로보틱스’ ‘KINDEX미국4차산업인터넷’ ‘KBSTAR글로벌4차산업IT’ 정도인 데 반해 해외에서는 AI와 IoT, 드론, 로봇, 블록체인, 자율주행, 간편결제 등 다양한 테마의 ETF가 출시됐다. 운용사의 다른 한 관계자는 “4차 산업에는 투자하고 싶지만 국내 운용사가 글로벌 기업을 직접 분석하고 투자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해외 ETF에 재간접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며 “국내의 경우 펀드에 담을 만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도 해외 ETF에 투자하는 상품 출시를 늘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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