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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찰떡 호흡 뒤엔 '머리' 감독이 있었다

짧은 시간 체계 잡은 머리 감독

"하나의 팀 이뤄냈다" 눈시울

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감독이 20일 평창올림픽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감독이 20일 평창올림픽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세라 머리(캐나다)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지난 2014년 그의 나이는 스물여섯이었다. 아버지가 캐나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등을 지낸 ‘거물’ 앤디 머리이기는 했지만 세라는 감독 경험이 전혀 없었다. 머리를 추천한 것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백지선 남자 대표팀 감독이었다. 백 감독은 여자 단일팀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달 22일 “머리 감독과는 항상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그는 팀에 대한 장악력을 갖춘 아주 강한 사람이다. 여자 대표팀에 대한 전권은 머리 감독에게 있고 그는 충분히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올림픽 직전에 말도 잘 안 통하는 북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다 우리 선수 몇몇은 출전 기회에 있어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 젊은 외국인 감독이 다스리기에는 벅찬 상황 같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머리 감독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호흡과 경기력이 과연 나올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머리 감독은 단일팀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북한 선수를 얼마나 투입하느냐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정부 논의가 한창일 때 “경기에 뛸 선수 선발은 내 권한”이라며 선수들의 동요를 막았다. 북한 선수 3명 이상을 매 경기 게임 엔트리에 넣어야 한다는 내용을 받아들고는 취약한 자리에 북한 선수를 투입하기 위해 오로지 훈련을 통해 옥석을 가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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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첫 경기를 앞두고 “우리는 정치적인 주장을 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라 승리하기 위해 왔다”는 말로 다시 한 번 선수들의 승리욕을 자극한 머리 감독은 때때로 이왕 단일팀으로 가려면 더 일찍 꾸려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훈련시간이 부족했음에도 고군분투하는 선수들에 대한 간접적인 격려였다. 우리 선수 사이사이에 북한 선수 로커를 마련해 단합을 이끌고 패스트푸드 금지령을 내려 올림피언으로서의 자세를 강조하는 등 머리의 선수 장악력은 절묘했다.

20일 마지막 경기 후 머리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4년 전만 해도 우리 팀이 이 정도로 올림픽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며 “4년간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고 경기 후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이어 “4년간 가르쳐야 할 시스템을 북한 선수들에게 열흘 안에 가르쳐야 했기 때문에 북한 선수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며 “그러나 짧은 시간에도 정치적인 부담과 미디어의 높은 관심 속에 우리 선수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냈다는 점은 내게도 대단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선수들이 돌아가는 26일까지 비디오미팅 등으로 최대한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했다.

/강릉=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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