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미국의 통상압력과 한국GM 문제를 두고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대통령의 생각은 안보의 논리와 통상의 논리는 다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경 대응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하지만 정치(안보)와 경제(통상)는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이나 일본 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로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이 중단된 것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경제를 힘과 정치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알아본다.
① 외교부터 통상·안보까지 대미 관계 전면 재점검 필요
한미·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이끌었던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대표)은 미국의 잇단 통상압력에 대해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최 고문은 20일 “미국의 무역법 232조 적용이나 호혜세 도입,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등은 일반적인 수입 규제조치 범위를 넘어서 대통령의 재량을 최대한 사용하는 것”이라며 “이는 법적 조치라기보다 정치적 조치이며 그렇기 때문에 해법도 정치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의 문제는 단순히 통상에 국한된 이슈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을 비롯해 외교와 안보까지 대미관계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풀어야 할 사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드 문제도 결국 ‘3불 원칙’ 천명을 포함해 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만남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결국은 최고위급이 나서 풀어야 한다”며 “미국과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② 미국 내 반(反)트럼프 목소리 이용해야
미트 롬니 전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위선자’ ‘사기꾼’이라고 불렀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기도 했던 그는 최근에도 공화당의 기부자나 상원의원들과 만나 트럼프에 대항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전달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항마는 많다. 2020년 차기 미 대선에서 트럼프 현 대통령의 재선에 도전할 민주당 후보 희망자는 36명에 달한다.
우리가 미국의 통상압력을 비껴가기 위해서는 이 같은 미국 내 반(反) 트럼프 진영을 120%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대로 트럼프의 통상정책이 거꾸로 미국 내 일자리를 줄인다는 여론도 확산할 필요가 있다. 최 고문은 “미국 정치권에 트럼프에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부분을 우리가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③ FTA 협상·자동차 등 우선순위 정해 선택과 집중을
미국의 통상압력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사안별로 대응 수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큰 틀에서는 정치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지만 개별 건으로 보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처리해야 할 건과 한미 FTA에서 다뤄야 할 부분, 정부와 청와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사안을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중 자동차는 한국GM 사태에서도 나타나듯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일자리나 정치적으로 중요해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현정택 전 대외경제연구원 원장은 “세탁기 같은 반덤핑 세이프가드는 힘을 많이 들이지 말고 WTO를 통해 처리하고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우선 한미 FTA에 힘을 쏟아서 최소한 폐기나 종료는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으로는 자동차가 큰데 한국GM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④ ‘동병상련’ 국가와 힘 합쳐야
미국의 통상압력을 집중적으로 받는 국가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안별로 중국이나 유럽연합(EU) 등과 보조를 맞춰 미국의 통상압박에 맞불을 놓는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캐나다와 멕시코, EU 등과 반덤핑·세이프가드 등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공조 방안을 모색한 게 대표적이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국가와 보조를 맞추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세종=김영필·임진혁·서민준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