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지적했듯이 GM 사태는 복잡하게 꼬여 있다. GM 본사는 고금리 장사와 이전가격 논란에 휩싸여 있고 정부 역시 감독책임 소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GM의 매출액 대비 원가 비율이 97%에 달하고 생산성은 세계 꼴찌 수준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경영부실 책임에서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이런데도 노조는 경영진과 정치권에 책임을 떠넘긴 채 정작 임금 삭감이나 인적 구조조정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리고 있다. 노조 측은 천막 농성에 들어간 데 이어 총파업과 경영진퇴진운동까지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심지어 경영진을 압박하겠다며 GM 제품 불매운동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마디로 제 발등을 찍는 일이다. 노조 내부에서도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집행부는 “파업을 해야만 사측이 움직인다”며 강경노선을 고집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백척간두에 몰린 한국GM으로서는 지금 한가하게 책임 공방이나 벌이며 노숙투쟁에 나설 때가 아니다. 노사가 남 탓만 일삼으며 생산성 개선이나 고통 분담을 외면한다면 멀쩡한 기업도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국민은 도대체 임금 상승분을 국민 혈세로 보전해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은 회사뿐 아니라 노조도 마찬가지다. 한때 폐쇄 위기에 직면했던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이 일자리를 지키겠다며 상생의 지혜를 발휘한 사례를 보고 배워야 한다. 그런 연후에야 새 희망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노조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