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조’를 찾아 미술사 전공 서적을 여러 권 뒤졌다. 사람 얼굴을 한 새의 형상은 본 듯했으나 인면조라는 이름이 어색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7부 능선을 넘었지만 개막식의 감동과 충격은 여전하다. 단연 인면조가 화제다. 올림픽 관람객 대중의 이해를 위해 인면조라는 일반명사를 썼을 뿐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유래한 우리식 인면조의 이름은 천추(千秋)와 만세(萬世), 하조(賀鳥)다. 처음에는 ‘기괴하다’는 부정적 반응이 있었지만 일본 등 해외에서 컬트적 인기를 얻어 국내 팬까지 사로잡았다. 낯선 어색함이 색다른 매력이 됐다.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파급력과 함께 갑론을박도 뜨거웠다. 인면조가 서양에서는 불길함의 상징이라느니 불교의 ‘가릉빈가’와 닮았다는 등 대체로 우리 것이 맞느냐는 논쟁이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이자 신화집인 ‘산해경’에는 다양한 종류의 인면조가 등장하고 그것이 고구려 고분벽화의 천추·만세와 닮기는 했다. 사후세계의 안녕을 기원하는 무덤 벽화에서 유교적 배경과 불교·도교의 영향을 분리해내기도 어렵다.
결국 사람 얼굴을 가진 새의 형상은 동아시아를 넘어 동서양에 두루 존재했다. 고립된 섬나라도 바다 건너 국가들과 교역하는데 한반도의 문화가 어찌 ‘나 홀로’이기만 했겠나. 문화는 교류로 더 풍성해진다. 다만 송승환 총감독이 평화롭게 즐기는 모습에 착안했다는 덕흥리고분의 무덤 주인을 두고 고구려사람인지, 중국인이면서 고구려 땅 일부를 지배한 망명객인지에 대한 학설은 갈린다. 개막식에 등장한 인면조의 생김새가 다분히 왜색풍이라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고구려식 인면조의 두상은 수호랑만큼이나 몸통에 비해 큼직한 데 반해 올림픽 개막식의 인면조는 머리가 유난히 작았다.
개막식의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 별자리지도 ‘천상열차분야지도’도 그렇다. 국보 제228호로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유물은 돌에 새긴 천문도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것이다. 자랑거리다. 1만원권 지폐 뒷면에 등장하는 혼천의의 배경 그림이기도 하다. 탄생 배경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 지도사(地圖史)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제리 브로턴도 저서 ‘욕망하는 지도(알에이치코리아 펴냄)’에 조선 태조 이성계가 새 왕조의 탄생에 하늘의 뜻과 우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지도와 천문도를 제작하게 했다는 점을 적었을 정도로 익히 알려진 얘기다. 그럼에도 이 천문도는 중국 것을 표본으로 삼았되 고구려 초기 우리 땅에서 본 시점으로 다시 제작됐기에 가치 있다. 게다가 개막식에서 보여준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대한민국의 정보기술(IT)을 자랑하기에 손색없었다.
올림픽은 우리 민족의 축제를 넘은 전 인류의 축제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야”라고 외치기 전에 우리 것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알게 된 것을 박제된 채로 둘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즐겨 만끽할 때 비로소 우리 것이 된다. 그것이 우리 문화가 되는 과정이다. 더불어 발전하는 그 문화는 지금도 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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