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인 피앤알(PNR·People for Non-human Rights)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예정지에 서식 중인 산양 28마리를 원고로 하는 ‘문화재 현상변경 취소 소송’을 21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이 단체가 산양을 소송당사자로 내세운 것은 케이블카 사업으로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는 개체가 사업구간에 서식하는 산양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산양이 원고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 소송이 각하될 수 있어 소송에는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공동대표가 산양 후견인으로, 생태학자이자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인 김산하 박사와 피앤알도 원고 자격으로 함께 재판에 참여하기로 했다.
원고측은 문화재청이 지난해 11월 문화재위원회 반대에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고자 천연보호구역의 현상변경을 허가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앤알은 “산양은 문화재 보호법이 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Ⅰ급으로 엄격하게 보호받아야 할 지위에 있고 다른 동물들보다 행동반경이 1㎢ 내외로 좁은 특성이 있어 소음과 진동, 서식환경 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문화재청 처분으로 산양은 생존에 큰 위협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양 입장에서는 케이블카 사업이 생존과 종 보전의 문제이고 문화재청 처분이 취소될 경우 생존 및 서식환경 보존이라는 직접적이고 이익을 가지고 있는 만큼 산양도 원고로서 소송 당사자가 돼 판결 이익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앤알은 또 “국내 법원의 지나치게 좁은 원고 적격 해석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도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피앤알은 21일 오후 2시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동물과 식물 등 자연물을 원고로 해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다수 있다. 법원이 자연물의 원고 적격을 인정하면서 자연물에 대한 침해를 금지할 것을 명한 판례도 있다.
한국에서도 1998년 낙동강 재두루미 사건을 비롯해 2003년 천성산 도롱뇽 사건 등 동물을 원고로 제기된 소송이 3∼4건 있다. 하지만 모두 소송당사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