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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틀 포레스트’, 2030 마음의 허기 달랠 ‘새 양식’

,우리에겐 이런 ‘쉼표’가 갈증이었다. ‘리틀 포레스트’는 언젠가부터 핏빛 자극성으로 물든 스크린을 초록빛 휴식으로 바꾼다.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가 20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혜원(김태리)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2010), ‘남쪽으로 튀어’(2013), ‘제보자’(2014)로 ‘인간관계’ 통찰을 해온 임순례 감독이 이번엔 자연친화적인 색채에 빠져들었다. 이가라시 다이스케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리틀 포레스트’를 선택, 한국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그러면서 혜원-재하-은숙 세 친구의 이야기로 본연의 ‘관계고찰’도 놓치지 않았다.


영화는 시골의 사계절 풍광을 배경으로 혜원의 다양한 계절 먹거리를 소박하지만 소담스레 담는다. 수제비, 시루떡, 떡볶이, 파스타, 막걸리, 크렘 브륄레, 오코노미야끼 등 한 끼를 먹더라도 정성스럽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나와 친구를 위한 한 끼’를 먹고 대접하는 혜원을 보면 덩달아 마음의 허기가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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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음식을 만들며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혜원의 모습은 살짝 눈물을 훔치게도 만든다. 다 큰 혜원의 행동을 바라보면서는 관객들이 멀찍이 관찰자에 머무는가 싶다가도 그의 추억으로 우리의 어린 시절 공감을 끄집어낸다. 5~6살 꼬마 때 뭣 모르고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본 ‘엄마’의 향수와 아련한 감성이 훅 상기된다.

‘리틀 포레스트’는 아무래도 주인공이 20대인만큼 2030세대가 가장 크게 공감할 만하다. 공시생이자 취업준비생인 혜원은 남자친구가 먼저 시험에 합격하자 자격지심에 사로잡히고 숨 막히는 도시생활에 실증을 느낀다. 재하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취업에 성공하지만 타인의 결정을 벗어나 주체적인 나를 찾고자 귀향한다. 그런 둘에게 시골 토박이 은숙은 치유를 준다. 세 친구의 이야기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아픔을 비추고 보듬어준다.

김태리의 꾸밈없고 싱그러운 매력, 류준열의 무던하면서도 속정 깊은 매력, 진기주의 쾌활하고 통통 튀는 매력이 각각 혜원, 재하, 은숙 캐릭터와 거의 일치하는 느낌이다. 실제 친구로 발전한 이들의 극 중 ‘리얼 케미’를 보는 재미가 있다. 혜원 엄마 역의 문소리, 강아지 ‘오구’는 화려한 대사 없이도 구석구석의 감성을 건든다.

시대가 너무 많이 변한 탓에 春夏秋冬, 자연의 섭리를 이제는 ‘찾아봐야’하는 처지다. 이러한 마당에 나온 ‘리틀 포레스트’는 자극적이고 밀도 높은 영화들 사이에서 오히려 획기적인 작품이 됐다. 청정 탄산수를 마신 기분이다. 28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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