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자유한국당 소속 김성태 국회 운영위원장이 21일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기 싸움을 벌였다. 임 실장이 김 위원장의 ‘군기 잡기’에 항의하며 설전이 이어지자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가 속개되자 작정한 듯 임 실장을 압박했다. 야당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 성실히 임하라며 촉구하는 도중 청와대 직원이 웃었다고 주장하며 임 실장에게 “발언대에 서라”고 요구했다. 보통 회의 시작 직후 업무보고를 제외하면 자리에서 앉은 채로 발언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요구가 부당하다며 “겁박과 독선”이라고 항의했지만 김 위원장은 “위원장의 말투까지 지적하느냐”며 윽박질렀다. 임 실장은 “여기서도 (앉은 채로) 가능한 데 따로 나가서 해야 하느냐”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거듭 “서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임 실장이 발언대로 나오자 “자조적으로 비꼬면서 웃는 게 자료 제출을 성실하게 해달라는 위원장의 요구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냐”고 꼬집었고 임 실장은 “누가 웃었을 리 있느냐. 자료 요청이 많고 집중적으로 들어와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 실장은 김 위원장의 호통이 이어지자 “왜 화를 저에게 푸시는지 모르겠다. 시간을 달라고 하는데 못 주신다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따졌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집권당의 비호 속에서 운영위에 협조를 안 한다면 위원장으로서 심각한 상황이라고 본다. 여기는 국회”라며 질타했다. 김 위원장의 다그침이 이어지자 임 실장도 “왜 저에게 이러시는지 진짜 모르겠다”며 “따르긴 했지만 오전에 자료 제출 시간이 필요하니 시간을 달라고 했다. 속기록을 확인해 보라”고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다시 “오후 회의 속개 때까지 자료제출을 안 하면 국회 무시에 대한 항의 입장으로 발언대에 세웠는데 뭐가 잘못됐느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임 실장은 “국회에 와서 국회를 무시하는 기관이 어딨겠느냐. 부당하다. 납득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양측의 설전이 계속되자 회의는 10분간 정회됐다.
민주당은 속개 직후 김 위원장의 행동이 “국회를 희화화하는 구태 막말”이라고 비난했다. 박용진 의원은 “2010년 국정감사 당시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은 ‘무식한 사람들아, 앉아서 말할 자격이 없다’고 발언해 욕먹은 적이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