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시리아 동구타서 이틀새 250명 사망...임산부·갓난아기에까지 '무차별 폭격'

시리아군 이틀간 폭격 받은 동구타서 민간인 죽음 속출

하루 100명꼴 사망...2013년 이후 5년만 최악 피해

시리아군 병원까지 폭격 당해 구제받을 곳도 없어

알레포 넘어 ‘스레브레니차 학살’ 재현될까 우려

시리아정부 '당장 공격 멈추라'는 국제사회 요구 외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반군 지역인 동(東) 구타에서 이틀 연속 하루 100명이 넘는 민간인이 사망했다. 2016년말까지 정부군과 반군 간 전쟁이 이어졌던 알레포처럼 대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병원 등 주요 시설에도 무차별적인 포격이 가해지면서 40명의 지역주민을 구제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21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군은 지난 19~20일(현지시간) 전투기·헬기·박격포를 동원해 반군이 장악한 동구타를 맹공격했다. 이틀간 공격으로 동구타에서 민간인 최소 250명이 숨졌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추정했다. 이는 시리아에서 2013년 이후 이틀 동안 발생한 최악의 인명 피해다. 사망자 어린이 58명과 임신한 여성도 포함됐다. 현재까지 동구타에서 약 1,200명이 부상했고 이 중 수백 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20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반군 장악지역인 동(東)구타 하무리아에서 정부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다마스쿠스=AFP연합뉴스20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반군 장악지역인 동(東)구타 하무리아에서 정부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다마스쿠스=AFP연합뉴스




유엔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동구타에 있는 병원 6곳이 타격을 받았고 이 중 3곳이 운영을 중단했다. 동구타의 아르빈 병원은 하루 동안 2차례 공습을 받기도 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폭격에 숨진 환자도 속출했다. 영국 BBC방송은 “시리아군 전투기들의 공격은 ‘동구타에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현지 의료진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 이어지는 폭격에 동구타에서는 먹을거리마저 동이 났다. 빵이나 쌀 등 기본적인 식량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도 급등했다. 빵 한 묶음은 전국 평균 가격에서 22배 가까이 올랐고 5세 이하 아동 가운데 12%는 사실상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다.

시리아 민방위대 ‘하얀헬멧’ 대원들이 20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을 받은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다마스쿠스=AP연합뉴스시리아 민방위대 ‘하얀헬멧’ 대원들이 20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을 받은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다마스쿠스=AP연합뉴스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해지면서 동구타가 ‘제2의 알레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리아 제2의 도시이자 경제 거점이었던 알레포 주의 알레포시는 7년째를 맞은 내전 중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기반 시설 대부분이 완전히 파괴됐다. 시리아 공군과 러시아군은 매일 알레포를 폭격해 이 도시는 폐허로 변했고 민간인도 2만명이 넘게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수십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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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가디언은 시리아군의 동구타 공격을 두고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떠올리게 한다고 분석했다. ‘스레브레니차 학살’은 세르비아계 군이 1995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동북부의 이슬람교도 마을 스레브레니차를 봉쇄하고 8,000여 명을 학살한 사건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자행된 최악의 대량 학살로 여겨진다.

무고한 민간인 죽음이 속출하자 시리아 정부를 겨냥한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에서 벌어지는 정부군의 무차별한 공습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어떤 말로도 숨진 아이와 그 부모, 그들을 사랑한 이들에게 정의를 실현해 줄 수가 없다”며 ‘백지 성명’을 냈다. 국제앰네스티·세이브더칠드런·국제적신월사도 즉각적인 휴전과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국제사회의 잇단 규탄에도 시리아 정부는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동구타를 해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며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맞섰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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