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제일건설 등 최근 건설사들이 공공택지에서의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단기간 임대주택으로 공급한 후 분양으로 전환해 큰 차익을 거두는 ‘꼼수 분양’이 잇따르자 정부가 대응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앞으로 건설사가 공공택지에서 주택을 공급할 경우 공공 임대주택이나 장기 임대주택으로만 활용할 수 있도록 용도를 제한한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1일 택지개발지구(공공주택지구 포함) 내 공급된 분양주택용지를 임대주택용지로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과 ‘공공주택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22일 행정예고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입법예고 등을 거쳐 3월 중순 이후 시행될 예정이다.
현행 택지개발업무지침에 따르면 건설사가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 받은 택지를 활용해 분양주택이나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경우 공공임대주택이나 임대 의무기간이 8년 이상인 공공 지원 민간 임대주택으로만 공급해야 한다.
국토부가 이 같은 대책을 마련한 것은 최근 호반이 주택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위례신도시에서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고 큰 차익을 남기기 위해 당초 시장의 기대와 달리 임대주택을 공급해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호반은 이달 초 북위례 A3-5블록에 들어서는 ‘위례호반가든하임’ 699가구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서 ‘4년 임대 후 분양전환’ 조건을 내걸었다. 호반이 임대주택을 선택한 것은 위례호반가든하임의 경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으면 3.3㎡당 분양가가 2,2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돼 최근 위례신도시 시세인 3.3㎡당 3,000만원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분양하는 것보다 단기 임대 후 시세 수준에서 분양하면 훨씬 큰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앞서 제일건설도 지난해 말 성남시 수정구 고등지구 S-1블록에서 ‘성남 고등지구 제일풍경채’ 543가구를 공급하면서 4년 임대 후 분양조건을 내건 바 있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꼼수 분양은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공공택지가 건설사들의 사익 추구를 위해 이용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택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택지개발촉진법’을 만들어 원래 땅 주인들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공공성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땅을 사들여서 공급하는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돈 벌라고 만들어놓은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최근 일부 건설사들의 행태는 굉장히 비상식적”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도 “지금까지 분명 제도적 맹점이 있었다”며 “공공택지는 택촉법에 따라 국민의 재산을 공적 용도로 쓸 목적으로 수용한 것인데 이렇게 조성된 땅이 건설사들의 사익 추구를 위해 활용된다면 원래 땅 주인이 땅을 돌려달라고 해도 정부로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강력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심 교수는 “공공택지에 대해서는 아예 임대주택 공급을 없애는 것도 검토해야 하며 영업정지와 같은 강력한 제재 수단을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호반건설은 서울 송파 위례신도시 일반분양 아파트 용지 2개 필지도 분양 아파트 대신 4년 임대 후 분양전환 아파트를 공급하려고 했으나 이 같은 비판 여론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