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보안관찰 처분 위법하다면 신고 안해도 돼"…비전향 장기수 강용주씨 1심서 무죄

보안관찰법 처분 받고도 신고 의무 이행안해

법원 "재범 가능성 인정할 이유없이 내려진 위법처분"

전두환 정부 당시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휘말려 14년간 옥고를 치른 뒤 보안관찰법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기소된 의사 강용주씨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는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씨에게 21일 무죄를 선고했다. 조 판사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내려진 보안관찰 갱신처분은 (피고인이) 재범 위험성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없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강씨는 1999년 출소 뒤 보안관찰처분 대상자로 분류돼 3개월마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보안관찰처분 기간을 갱신한 건 위법하므로 강씨가 신고 의무를 어겼어도 죄가 아니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강씨는 미국 유학생에게 포섭돼 전남대 학원가 시위를 주도하고 미국 문화원 타격 예비음모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1985년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14년간 복역 후 출소해 의료인으로 활동하며 군사정권의 고문 피해자를 돕는 재단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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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2015년까지 강씨에 대한 보안관찰처분을 7차례 갱신했다. 강씨는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2002년과 2010년 각각 벌금 50만원과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 해 또 다시 법정에 선 강씨에게 “신고의무를 위반한 행위는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한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조 판사는 보안관찰 제도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강씨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판사는 보안관찰법 신고의무 조항에 대한 강씨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하면서 “남북한 긴장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안관찰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보인다. 이 제도가 피보안관찰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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