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텐센트 연합의 최종 목적지는 스마트홈 시장이다. 특히 스마트홈 분야의 핵심인 인공지능(AI) 스피커 개발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최근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다. 스마트폰과 함께 향후 실내외 각종 가전기기의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초기 시장 선점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 최대 IT 기업인 삼성전자와 텐센트의 협력은 스마트홈 시장에서 후발주자라는 공동 인식 아래 출발했다.
텐센트가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것은 중국 내 라이벌인 바이두·알리바바에 비해 인공지능 기술이 다소 부족한 평가를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텐센트는 세계 최대 게임 회사이자 중국 최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지만 지난해 2·4분기 재무보고서에서야 인공지능 전략을 제시했을 정도로 두 경쟁사에 비해 속도가 더딘 편이다. 지난해 공식적으로 텐센트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인공지능 분야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텐센트는 현재 미국 내 5개 인공지능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텐센트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 보여준 기술력과 텐센트의 인터넷 플랫폼 간 결합은 가장 이상적인 인공지능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인공지능 스피커에 음성인식 서비스 빅스비를 탑재한다. 기기 제조에 강점이 있는 삼성전자 역시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진출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스피커 간 결합 부문을 텐센트와 협력한다면 다시 시장 점유율 회복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까지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 20%대로 1위였지만 지난해 4·4분기 점유율 3%대로 떨어졌다.
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인 삼성전자와 텐센트의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텐센트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개발했지만 아직 하드웨어 제조는 전무한 상황”이라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기기 제조에 강점이 있는 삼성전자와의 협력도 이 같은 필요성에서 추진됐다”고 밝혔다.
양사는 한국과 중국을 넘어 전 세계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세계 최대 IT 기업 구글도 이미 안드로이드 기반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홈’ 공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밖에 홈팟(애플), 에코(아마존) 역시 초기 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국내의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백승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알리바바와 바이두 모두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해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데 텐센트는 이들 경쟁사보다 다소 느린 모습”이라며 “특히 기기 제조에 있어 약점으로 평가돼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내 인공지능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