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소년범 대부' 천종호, 8년 만에 소년법정 떠난다

"남고 싶었는데...일주일간 못 자"

부산지법 발령에 아쉬움 표현






‘호통 판사’ ‘소년범 대부’로 불리는 천종호(56·사법연수원 26기·사진)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가 8년간의 소년법정 생활을 끝내고 일반 법정으로 돌아간다.

우리나라 사법 사상 8년간 소년재판을 맡은 법관은 천 판사가 유일하다.

천 판사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가정법원에서 부산지법으로 발령받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소회를 남겼다. 천 판사는 “소년재판을 계속하고 싶다고 신청했으나 희망과 달리 생각지도 않은 부산지법으로 발령 났다”며 “8년간 가슴에 품은 아이들을 더는 만날 수가 없어 지난 일주일간 잠 한숨 못 잤다”고 심정을 표현했다.


그는 “2017년 국정감사 때 법관 퇴직 때까지 소년보호재판만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며 “이렇게 약속한 것은 법조인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년재판을 계속하더라도 특혜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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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판사는 “소년보호재판은 우리나라 재판에서 가장 후진적인 영역이고 지방은 사정이 더욱 열악했다”며 “6시간 동안 100여명을, 1명당 고작 3분밖에 안 되는 ‘컵라면 재판’을 해야 해 아이들은 법정에서 아무런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산가정법원에서는 2명, 전국적으로 25~30명가량이 소년재판을 맡아 전담 판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천 판사는 “열악한 재판 환경뿐 아니라 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천박하게 취급되며 아무도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는 비행 청소년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며 “아이들의 대변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품었으나 결국 이렇게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천 판사는 “8년째 소년재판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많은 분께 머리 숙여 감사하고 앞으로도 소통의 끈을 끊지 않고 아이들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2010년 창원지법에서 처음 소년재판을 맡은 천 판사는 3년 뒤 전문법관을 신청해 부산가정법원에서 5년째 소년재판을 담당해왔다.

천 판사는 비행 청소년에게 소년보호 처분 중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소년원 송치)을 많이 선고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으로 끌어안아 소년범의 대부로 불린다./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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