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23일 방한한다. 이방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혈육을 넘어 ‘복심’이자 정치적 조언자로 알려진 만큼 그가 가져올 백악관의 메시지에 이목이 쏠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이방카 보좌관이 23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리는 만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정상급 외빈을 맞을 때 쓰이는 상춘재에서 만찬을 연다는 것은 우리 정부가 이방카 보좌관에 대해 최상급 의전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방카 보좌관은 이 자리에서 대북 현안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도 약 20일간 한미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이방카 보좌관의 메시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이방카 보좌관은 대북 행보에는 철저히 선을 긋는 모양새다.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미국 고위관계자는 이방카 보좌관이 방한기간에 북한 정부 인사를 만날 계획이 없고 탈북 여성들과 만날 것이라는 일부 언론보도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천안함 등을 방문해 강한 대북 메시지를 던졌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북미 접촉 가능성에 대한 불편함을 표출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전날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회동을 추진하려다 무산됐다는 사실을 밝힌 점도 의미심장하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대화 무산의 책임을 북한에 돌리고 대북제재 강화의 명분을 쌓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시키기로 했지만 이방카 보좌관과의 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폐회식 방한을 계기로 북미가 접촉할 기회는 없을 것”이라며 “지난번 만남 시도 과정에서 두 나라가 상황 인식을 하고 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방카 보좌관의 메시지가 대북 현안이 아닌 통상 문제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이 지난 16일 한국산 철강에 최대 53%의 관세를 매기기로 한 상황에서 통상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더구나 청와대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장하성 정책실장은 이방카 보좌관과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동문이다.
이방카 보좌관을 비롯한 미국 대표단은 23일 만찬 이후 오는 24~25일 평창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단을 격려한 뒤 폐회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번 대표단 방한의 의의 등을 고려해 이방카 보좌관과의 일정을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