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시작하고 한 번도 같이 여행을 간 적이 없어요, 이제 저도 좀 쉬고 싶어서 올림픽 끝나고 여행을 가려고요.”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최민정의 어머니 이재순씨는 올림픽 이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민정이가) 갑자기 국민들에게 받은 큰 관심 때문에 부담이 될까 걱정했는데 금메달을 두 개나 따서 영광”이라고 노력한 딸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에 최민정은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같이 여행을 간 적이 없다”며 “엄마가 젊었을 때 머물렀던 스위스에 함께 가고 싶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영광스러운 주인공 국가대표 윤성빈(스켈레톤), 이상화·박승희(스피드스케이팅), 최민정(쇼트트랙) 선수와 각 선수의 어머니들이 올림픽 폐막을 이틀 앞두고 한자리에 모였다. 23일 용평리조트 P&G패밀리홈에서 진행된 ‘2018 땡큐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부담이 컸지만 격려해줘 감사하다”며 성공적으로 경기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올림픽은 국민들의 기대만큼 선수들과 가족들의 부담도 컸다. 선수들과 어머니들은 모두 올림픽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을 “후련하다”고 표현했다. 네 번째 올림픽에 도전한 이상화의 어머니 김인순씨는 더욱 감회가 새롭다. 그는 “우리 딸이 네 번째 올림픽을 치렀고 힘든 과정이었다”며 “은퇴하는 줄 알고 펑펑 울었는데 인터뷰에서 1~2년 더 한다고 말하더라”며 아쉬운 기색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상화는 깜짝 발언에 당황했지만 어머니의 속내를 알기에 이내 웃었다.
윤성빈의 어머니 조영희씨는 “성빈이가 황금개띠고 올해가 개띠 해라서 성빈이를 위한 올림픽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계속 금색만 보고 다녔다”며 초조했던 순간을 전했다. 동계올림픽은 비인기 종목이 많아 주변의 지지를 얻기 힘들고 훈련 환경도 열악하다. 그만큼 가족의 응원은 필수적이다. 조씨는 “주변에서 ‘위험하고 인기 없는 종목을 왜 시키느냐’ ‘고등학생이면 너무 늦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했다”면서도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삶은 없다고 생각했고 아이가 좋아해 지지했다”고 말했다.
가족 구성원의 희생도 따른다. 이상화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 때 오빠를 따라 스케이트를 시작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한 사람이 그만둬야 할 상황에 처했다. 당시 아들이 아닌 딸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어머니 김인순씨는 “아들에게 말도 제대로 못했고 ‘왜 아들이 아닌 딸을 지원하느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며 “가슴이 아팠고 상화에게 ‘오빠 몫까지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최민정의 어머니 이재순씨 역시 “큰딸이 여기 와 있는데 이 자리를 빌려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온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아들·딸이지만 어머니들은 올림픽이 끝나면 한동안 휴식을 취하길 바랐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박승희의 어머니 이옥경씨는 “은퇴를 한다고 하니 서운하기보단 마음이 편하고 좋다”며 “이제 승희가 여행도 다니고 스케이트가 아닌 다른 많은 세상을 경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깜짝 참석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올림픽에서 성과를 내려면 어린 시절부터 이끌어주는 조력자가 있어야 하고 부모님의 도움과 신뢰가 필요하다”며 “주최국 팀의 성과가 올림픽 전체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선수들과 가족들 덕분에 동계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릉=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