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은 방한 첫날인 23일 저녁 곧바로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은 상춘재 환영 만찬에 앞서 오후7시30분부터 35분 정도 비공개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은 한미동맹관계와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또 청와대에서 환대를 받은 이방카 보좌관은 문 대통령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 한국 노래를 부르게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접견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상춘재에서 오후7시55분께 시작 예정이었던 만찬이 20분 정도 지연되기도 했다. 접견 후 문 대통령은 녹지원 입구로 먼저 이동해 이방카 보좌관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은 상춘재까지 150m가량을 걸으며 담소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한국에는 귀한 손님이 올 때 상서로운 눈이 내린다. 평창에는 훨씬 더 많은 눈이 있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상춘재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정숙 여사 역시 “오신다고 해서 마음이 너무 기다려졌다”며 이방카 보좌관을 환대했다.
상춘재 만찬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해 이방카 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을 반겼다. 미국 측에서는 제임스 리시 미 연방 상원의원,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 앨리슨 후커 미 국가안보회의(NSC) 한국 담당 보좌관 등이 이방카 보좌관과 동행했다.
상춘재 만찬 메뉴에서도 이방카 보좌관에 대한 청와대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였다. 코셔(kosher), 즉 전통적인 유대인 식사법을 따르는 이방카 보좌관의 기호를 존중해 갑각류·회 등은 올리지 않으면서도 한국 전통의 맛을 보여줄 수 있는 음식들을 테이블에 올렸다. 연근배샐러드, 대추황률죽, 된장소스 금태구이, 갈비와 두부, 비빔밥, 콩나물국, 딸기숙과 딸기 얼음과자, 유자차 등이 차례로 제공됐다. 만찬주로는 충북 영동산 백포도주 ‘여포의 꿈’과 미국 나파밸리산 적포도주가 함께 준비됐다. 양국의 대표 와인을 나란히 올림으로써 한미 양국의 우애와 화합을 강조했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청와대는 음악에도 한미 우호 증진에 대한 희망을 담아냈다. 만찬장에서 우리 전통악기인 가야금과 해금이 협연을 통해 빚어낸 가락은 다름 아닌 클레멘타인, 메기의 추억, 금발의 제니 등 우리 국민들도 애창하는 미국 민요였다.
이방카 보좌관은 평창동계올림픽 미국 대표단 단장으로서 이날 오후 입국했다. 미국 국적기가 아닌 대한항공을 이용했고 인천공항 도착 직후 “강력하고 지속적인 한미동맹을 한국인들과 재확인할 것”이라며 “이곳에서 며칠간의 기쁘고 멋진 날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착 당시에는 체크무늬 코트와 아이보리 드레스, 굽이 낮은 워커 등의 편안한 차림이었으나 청와대 만찬 때는 단정하면서도 격식을 강조한 블랙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정영현·이태규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