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과 업비트 등 국내 대형 암호화폐거래소들이 블록체인 기술업체의 인수합병(M&A)과 전략적 투자 등을 위해 전문 투자 인력을 잇따라 확충하고 있다. 정부 규제 압박과 거래소 간 과열경쟁으로 기존의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량 기준 1위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최근 이강준 전 티몬 멀티그룹장을 투자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이 상무는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12년간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직접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 2014년에는 국내 최초의 암호화폐거래소인 코빗에 30억원의 투자를 주도하는 등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두나무는 앞으로 투자인력을 확충해 이 상무를 중심으로 투자본부로 조직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거래소 중 최다 회원을 보유한 빗썸 역시 투자 인력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경력 10년 이상의 투자 담당 대표와 임원급 인력까지 광범위하게 물색하고 있다. 증권사 출신인 2명의 실무자급 투자심사역은 이미 입사해 투자를 위한 사전미팅에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스타트업(초기기업) 대표는 “빗썸은 거래소 비즈니스와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체를 투자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전문 투자회사 형태로 독립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위 업체인 코인원은 투자 인력을 더 늘릴 계획은 없지만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소액해외송금 전문업체 센트비에 전략적 투자를 해 주목을 받았고 이 외에 블록체인 솔루션·서비스 업체 2~3곳에도 투자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들이 투자인력 확충과 블록체인 기술기업 투자에 잇따라 나서는 것은 정부의 강경규제가 이어지는데다 거래소 간 경쟁으로 수익기반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정부 규제 이후 하루 암호화폐 거래량은 국내 상위 3사를 합산해도 2조원에 못 미치는 등 10조원에 육박했던 올 초에 비해 확 쪼그라들었다. 특히 오케이코인코리아와 후오비코리아 등 중국계 거래소들이 잇따라 국내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격화돼 단순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형 거래소의 한 고위관계자는 “거래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고객이 분산되는 것은 물론이고 수수료도 인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위해서는 투자인력을 확보해 블록체인 기술 업체의 M&A나 코인(암호화폐)의 미래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