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만난사람]이강래 사장 "한반도 관계 개선 대비 남북 교통인프라 사업 전담팀 준비"

교통혼잡도 따라 이용료 부과, 탄력요금제 신중한 검토 필요

출퇴근 할인 등 교통흐름 역행...몰릴 땐 더, 한산할 땐 덜 받도록

첨단 스마트고속도로 구축에 맞춰 제한속도 140km로 상향 필요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대담=이현호 경제부 차장 hhlee@sedaily.com

‘DJ의 정치참모’ ‘3선 국회의원’ ‘북핵 문제 전문가’. 이강래가 돌아왔다. 뜻밖에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다. 지난 1997년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뤄냈을 때 핵심 역할을 했던 그였다. 정치인으로서 이강래는 적폐청산과 국정개혁·정치개혁을 원했고 그의 행적도 그 지점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그가 지난해 11월 취임했을 때 이질감이 느껴졌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낙하산’ 논란이 인 것도 그의 이력과 도로공사와의 접점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사장과 만나 그의 공기업 운영에 대한 소신을 들어보니 이질감은 이내 사라졌다. 효율성만 강조했던 공기업을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왜 이강래가 도로공사에 필요한지’ 수긍하게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도로정책에 대해서도 무조건 수용보다 선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그의 태도는 공기업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도로공사 사장으로서 이강래는 “취임 이후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부터 바꿨다. 이는 국민을 위한 공기업이 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의 운영방침을 차분히 풀어놓았다.

이 사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KEC업무지원센터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교통 혼잡도가 높을 때 도로 이용료를 비싸게 받고 낮을 때 싸게 받는 ‘탄력요금제’ 도입을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력요금제 도입은 최근 정부의 고속도로 공공성 강화 방침과 배치되는 성격이 강해 저항이 심할 것을 우려하면서도 현재 정책이 무제한으로 지속될 경우의 부작용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교통 혼잡도가 가장 높은 출퇴근 시간에 고속도로 요금을 할인해주는 정책은 고속도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국토교통부와 함께 합리적으로 검토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되고 있는 명절 고속도로 무료화 정책에 대해서도 ‘총량제’나 ‘일몰제’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 사장은 국민들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고속도로 정책에 대해 “그동안 무시돼온 공기업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강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지나친 통행료 경감정책은 도로공사의 재무건전성과도 연계돼 있으므로 중간 평가를 통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명절 통행료 면제 등의 공공성 강화정책으로 발생하는 도로공사 부채 문제와 관련해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로공사는 현재 부채가 27조원에 달하는데 매년 공익 목적의 요금감면(PSO)이 확대되면 부채를 되레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PSO 규모는 지난 2014년 2,446억원에서 지난해 3,428억원까지 늘었고 올해는 설과 추석 면제까지 합쳐 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 사장은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단기간 집중투자 후 30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통행료를 회수하는 특성이 있어 고속도로망 구축단계에서는 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명절 통행료 면제, 정부의 PSO 미보전 등으로 쉽지 않은 여건이지만 부채를 높이는 가장 큰 원인인 고속도로 건설 물량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부채는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 재개 분위기가 감돌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북한 사업’을 재가동할 채비도 갖춘다. 도로공사의 북한 사업은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모두 중단됐다. 정부가 사업 타당성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던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사업과 파주시 문산~개성고속도로 건설 사업 등이 멈췄다.


물론 남북한 교통 인프라 확충사업은 정부의 결단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적극적인 경제협력 의지가 정부의 결단을 앞당기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사장은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내년부터는 남북관계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척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북한 핵 문제가 정리되면 북한 고속도로 사업을 곧바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전담팀을 부활시켜 대비할 것”이라고 계획을 내비쳤다. 특히 그는 “선제 접근해 남북 고속도로를 추진할 상황이 되면 남북관계를 푸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첨단 스마트고속도로(C-ITS) 구축계획도 본격화하고 있다. C-ITS는 고속도로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개념인데 고속도로와 차량에 부착된 단말기로 운전자들이 전방에 나타난 위험상황을 인지할 수 있게 하고 도로 상황을 즉각 반영해 빠른 길을 이용하도록 기능한다. 도로공사는 내년까지 수도권경부선·서울외곽선·중부선 등 3개 노선 85㎞에 C-ITS를 시범 구축·운영한 뒤 2022년부터 고속도로 전 구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기술이 더 나아가면 차량의 자율주행도 지원할 수 있다. 이 사장은 “오는 2024년 완공될 서울~세종 고속도로에 C-ITS 기능을 집대성해 스마트고속도로의 상징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시스템까지 구축해야 해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현 110㎞에서 140㎞까지 올리는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해외 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국내 고속도로 건설 수요가 점차 줄어듦에 따라 미래 먹거리를 선점해야 한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이 사장 취임 이후 올해 2월에는 민간 건설사와 약 8,500억원 규모의 카자흐스탄 도로 투자사업을 공동 수주하고 약 7조원 규모의 인도 고속도로 사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성과도 나왔다. 이 사장은 “도로공사가 해외 사업에 진출한 지 10년이 됐는데 가시적 성과가 많지는 않다”며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등 도로공사 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사장은 “도로공사의 기간제와 파견·용역근로자 중 비정규직은 총 9,396명이며 이 가운데 정부 가이드라인상 예외인 8,080명을 제외한 1,316명은 각 전환시기에 맞춰 차례로 정규직으로 만들 것”이라며 “또 다른 간접고용 형태인 비정규직 용역근로자의 경우는 청소·경비·시설물관리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총 296명을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속도로 요금 수납이 자동화되면서 요금 수납원들의 일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는데 정부 고용정책과 배치되고 있어 심사숙고해 결정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도로공사는 13일 이 사장의 새로운 비전과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100개 실천과제를 선정했다.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 강화, 친환경 최첨단 고속도로 건설, 빠르고 안전한 고속도로 구축, 지속적인 혁신과 소통 등 4대 경영방침을 현실화하기 위한 액션플랜이다. 이 사장은 “도로공사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사진 =이호재기자

He is

△1953년 전북 남원 △1982년 명지대 행정학과 △1984년 서울대 행정학 석사 △1995년 서울대 행정학 박사 △1998년 국가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장, 청와대 정무수석 △2000~2012년 16·17·18대 국회의원 △2006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2009년 민주당 원내대표 △2017년11월~ 한국도로공사 사장

강광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