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소액 주주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각종 유인책을 마련했다. 각종 경품으로 참여를 독려하고, 극장 광고까지 제작하는 등 다양한 홍보 이벤트도 곁들일 예정이다. ‘섀도 보팅(shadow voting·의결권 대리행사)’이 폐지되며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를 높이려는 방안이지만 금융당국의 노력에 상장사와 소액 주주들이 응답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상당수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주총전자투표에 참여한 주주에게 매일 1,000명 한도로 5,000원 상당의 커피 쿠폰(모바일 기프티콘)을 제공한다. 여기에 추첨을 통해 단계별로 태블릿PC와 공기청정기까지 내걸었다. 주총 활성화를 위해 ‘경품’까지 등장한 것이다. 예산은 예탁결제원과 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에서 지원한다. 금융위는 또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 볼 수 있는 정책 홍보 영상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른 유인책은 또 없는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례적인 주총 참여 ‘프로모션’은 섀도 보팅 폐지 때문이다. 섀도 보팅은 예탁결제원이 소액주주를 대신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대주주에 유리한 안건 통과에 남용되고, ‘30분 주총’ ‘요식행위 주총’의 원인이 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13년 폐지가 예고된 뒤 한 차례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전면 폐지됐다. 상장사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려면 소액주주의 참여가 필수가 된 것이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도 전자투표가 가능하도록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하고, 은행용 일반 공인인증서(기존에는 증권용, 범용만)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지난 22일 김용범 부위원장은 증권사 대표들을 직접 만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전자투표 링크를 거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상장사들이 요지부동이다. 지난 23일 현재 12월 결산법인(유가증권·코스닥) 1,010개 중 85%인 859개가 3월 넷째 주와 마지막 주에 주총일을 잡았다. 아직 날짜를 정하지 않은 947개 상장사가 관례대로 할 경우 기업 간 주총이 겹치는 이른바 ‘슈퍼 주총일’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주총이 몰리면 소액주주의 참여율을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오는 3말까지 정기 주총을 열어야 하는 12월 결산 상장사들은 섀도 보팅 없이 정족수를 채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주식이 고르게 분산돼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고민이 많다. 이런 회사는 일반 결의 정족수(발행 주식 25% 이상)를 간신히 채우더라도, 특별 결의 정족수(3분의 1 이상)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감사(감사위원 포함) 선임이 문제다.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 때문이다. 최대주주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더라도 감사 선임에는 3%까지만 인정한다. 정족수(25% 이상)를 채우려면 다른 주주 22% 이상의 찬성이 추가로 필요하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올해부터 3년간 516곳의 상장사가 정족수 문제로 감사 선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햇다.
금융위는 주총이 몰리는 날을 피한 상장사가 감사인을 선임하지 못해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아직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한 모양새다. 성급한 섀도 보팅 폐지와 3%룰 등 근본적인 문제의 개선 없이 땜질 처방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행이 쉽게 바뀌기 어렵고 회사만의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기업과 투자 문화 개선을 위해 주총 활성화는 꼭 필요하다”며 “점차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