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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장 후보 김석만 전 한예종 교수,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 “이젠 바로 잡자”

국립극장장 후보에 오른 김석만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교수도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됐다.

26일 오전 디씨인사이드커뮤니티에는 ‘김석만선생, 당신도 이제 멈출 시간이야’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20여년 전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한 여성은 “얼마전 당신이 국립극장장 후보에 올랐다는 기사를 보았어. 가슴이 또다시 쿵쾅거리며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더군. 21년 전 그 날 이후로 나는 한번도 당신을 선생님으로 생각해오지 않았어. ”라고 밝혔다.

이어 “대학에서 연기를 가르치던 당신은 연극관련 행사에 이어진 술자리가 끝난 후 좋은 곳이 있다며 나를 태우고 북악스카이웨이로 향했어. 예의 그 하회탈 같은 인자하고 선한 웃음을 지으며. 평소부터 나는 당신을 선생님 이전에 인격자로 아버지처럼 의지하고 따라왔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따라나섰어. 택시 안에서 당신은 참으로 듣기 거북한 걸쭉한 성적 농담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지. 옆에 택시기사가 있는데도 아랑곳없이. 평소와는 다른 당신의 모습에 나는 당황스러워졌어. 서울시내 전망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이르자 당신은 내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떨고 있는 내 턱을 두 손으로 감싸며 말했어. “긴장 풀어.” 그리고는 내 입에 당신의 혀를 밀어넣었어. 너무나 놀랐어.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지. 눈 앞이 캄캄하고 머리가 하얘졌어”라고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이어 “당신의 다음 코스는 종로의 여관이었지.”라고 밝힌 글쓴이는 “얼마 후 당신이 미국의 유명대학으로 1년간 연구활동을 나간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지. 성희롱 가해자에게 1년간의 해외 외유라? 징계라고 하기엔 너무 멋진 타이틀 아닌가? 학교는 교수의 편이었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교수님이 떠난 건 다 너 때문이야.” 란 동기의 말이 “나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어. 분노와 좌절감, 배신감 이 모든 징그러운 감정들은 나 혼자의 몫이었지. 나만 조용히 있으면 모든 것이 이전처럼 평화로울 수 있었어. 학교는 계속 명성을 유지할 수 있고 학생들은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었어. 학교에서 나는 그들의 낭만을 방해하지 않는 몸과 마음이 분리된 조용한 유령이었고 집에 돌아오면 미친듯이 울부짖는 괴물이 되었지. ”라고 전했다.

그는 “전문예술인이 되기 위해서 부푼 기대감을 안고 들어온 학교였어. 졸업을 1년 밖에 남기지 않은 다른 대학을 그만두고 다시 1학년부터 시작한 학교였어. 연기에 대한 나의 열망과 꿈을 이해할 수 있겠어? 훌륭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 당신의 가르침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내 머리와 가슴에 꼭꼭 새기고 또 새겨왔었다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도대체 누가 잘못된 거야? 나야 당신이야? ”라며 아픈 기억을 하나 하나 공개했다.

이어 “만약 당신이 국립극장장이 된다면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갖게 되겠지? 무서운 일이야. 이것이 내가 당신을 세상에 알리는 이유”라면서 “교수의 성폭력에 너무나 관대한 학교도 변해야지. 연극계와 사회도 마찬가지고. 누구도 함부로 권력을 가지고 성적으로 상대방의 인격을 유린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만들어져야해. 이젠 바로 잡자, 더 늦기 전에. 미투 세상이 나 혼자 할 수 없었던 그 일을 도와줄 거라 믿어”라고 강조했다.

뉴욕대학교 대학원 공연학을 전공한 김석만은 극단 연우무대 대표, 서울시극단 단장,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교수 등을 역임했고 최근 국립극장장 후보에 올랐다.

26일 문화예술계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김 전 교수는 공모로 결정되는 신임 국립극장장 최종 후보 중 1명에 올랐으나 최근 후보 전원에 대해 ‘적격자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다음은 피해고백 전문



#미투

김석만선생, 당신도 이제 멈출 시간이야.

오십의 문턱을 넘으면서부터 나는 지나온 인생을 정리하며 살아야겠다 생각해오고 있어. 그런데 유독 혼자 힘으로 정리가 되지 않는 일이 있어. 바로 당신과 관련된 일이지. 얼마전, 당신이 국립극장장 후보에 올랐다는 기사를 보았어. 가슴이 또다시 쿵쾅거리며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더군.

21년 전 그 날 이후로 나는 한번도 당신을 선생님으로 생각해오지 않았어. 대학에서 연기를 가르치던 당신은 연극관련 행사에 이어진 술자리가 끝난 후 좋은 곳이 있다며 나를 태우고 북악스카이웨이로 향했어. 예의 그 하회탈 같은 인자하고 선한 웃음을 지으며. 평소부터 나는 당신을 선생님 이전에 인격자로 아버지처럼 의지하고 따라왔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따라나섰어. 택시 안에서 당신은 참으로 듣기 거북한 걸쭉한 성적 농담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지. 옆에 택시기사가 있는데도 아랑곳없이. 평소와는 다른 당신의 모습에 나는 당황스러워졌어. 잘못 따라나선게 아닌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지. 서울시내 전망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이르자 당신은 내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떨고 있는 내 턱을 두 손으로 감싸며 말했어.

“긴장 풀어.”


그리고는 내 입에 당신의 혀를 밀어넣었어. 너무나 놀랐어.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지. 눈 앞이 캄캄하고 머리가 하얘졌어. 수많은 감정들이 뒤엉켜 파도치는 짧은 찰나, 내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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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야! 아니라고!’

그런데 내 몸은 이 목소리에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어. 갑작스런 충격에 몸의 신경회로들이 일제히 한순간에 얼어붙어 버린 것 같았거든. 우리를 기다리던 택시기사도 그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었어. 당신의 다음 코스는 종로의 여관이었지. 택시에서 내린 당신은 방을 알아보기 위해 혼자 여관 문을 밀고 들어갔어.

‘지금이야. 달아나, 어서.’

하지만 내 발이 움직이지 않았어. 세상이 이렇게 뒤집어진 모습이었다는게 믿기지 않아서, 존경해 온 교수님이자 아버지같은 당신으로부터 달아난다는 것이 두려워서 나는 머뭇거리고만 있었어. 조금 후 여관에서 나오며 당신이 말했어.

“방이 다 찼다네.”

이 사건은 학교에도 알려졌지. 고민 끝에 상담을 요청했던 교수가 난감해하던 모습이 기억나. 그게 다였어. 나는 예전처럼 당신의 수업을 계속 들어야만 했고, 강의실 뒷자리에서 당신을 노려보는 나의 날카로운 눈초리를 외면하려 애쓰는 당신을 보아야만 했어. 얼마 후 당신이 미국의 유명대학으로 1년간 연구활동을 나간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지. 성희롱 가해자에게 1년간의 해외 외유라? 징계라고 하기엔 너무 멋진 타이틀 아닌가? 누가 그런 결정을 한 걸까? 1년 후에 사건이 잠잠해지면 다시 강단에 서는 거고? 내가 너무 순진했다는 걸 그때 알았어. 학교는 교수의 편이었어. 이 사건을 학교에 알릴까 말까 고민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당신의 교수직과 당신의 가족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교수님이 떠난 건 다 너 때문이야.”

평소 친하게 지냈던 동기의 말은 나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어. 분노와 좌절감, 배신감 이 모든 징그러운 감정들은 나 혼자의 몫이었지. 나만 조용히 있으면 모든 것이 이전처럼 평화로울 수 있었어. 학교는 계속 명성을 유지할 수 있고 학생들은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었어. 학교에서 나는 그들의 낭만을 방해하지 않는 몸과 마음이 분리된 조용한 유령이었고 집에 돌아오면 미친듯이 울부짖는 괴물이 되었지. 전문예술인이 되기 위해서 부푼 기대감을 안고 들어온 학교였어. 졸업을 1년 밖에 남기지 않은 다른 대학을 그만두고 다시 1학년부터 시작한 학교였어. 연기에 대한 나의 열망과 꿈을 이해할 수 있겠어? 훌륭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 당신의 가르침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내 머리와 가슴에 꼭꼭 새기고 또 새겨왔었다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도대체 누가 잘못된 거야? 나야 당신이야?

나는 두고두고 후회해. 그 때, 내 입안으로 들어온 당신의 혀를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내 송곳니로 한 방에 물어뜯지 못한 것을 말이야. 아니면 전광석화처럼 당신의 사타구니를 힘껏 걷어차기라도 했었어야 하는데. 그리고 그 때 여관엔 빈 방이 있었어야 해. 침대 위에서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었어야 해. 나는 아주 강력하게 당신과 학교에 일침을 놓아서 당당하게 사과를 받고 다시는 학생들이 이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다짐 받고 실행되는 것을 지켜보았어야 했어. 법원 고발은 물론이고. 그래서 일년 후에 당신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강단에 서는 일이 없었어야 했어. 동기에게도 이렇게 말했어야 해. 잘못한 것은 내가 아니라 김석만이라고. 그는 제자의 인격을 짓밟고도 반성하지 않는 인간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내가 만약 그때 내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아버지=교수님의 허상을 과감히 걷어내고 용기있게 외쳤더라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두에게서 이 일이 잊혀져가게 내버려두지 않았더라면 그 이후의 학교도 많이 달라졌을지 몰라. 만약 그랬다면 나도 내 꿈으로부터 도망치기만 하는 안타까운 삶이 되지 않았을 거야.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교육자의 윤리가 무색할만큼 제자를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희롱하던 당신의 그 행태, 짜고 치듯 가해자를 감싸고 돌던 학교. 이 오랜 의문들이 요즘 미투 글들을 보면서 하나둘씩 퍼즐 맞춰지듯 이해되고 있어. 다들 나와 크게 다르지 않더군. 가해자들은 지위를 남용해 위계의 아래에 있는 이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하고, 그들의 뒤에는 더 큰 권력의 시스템이 그들을 비호해주고 말이야. 겹겹으로 견고한 구조적 폭력의 철옹성이지.

어디에도 하소연할 데가 없었어. 잘 있다가도 불연듯 화가 치밀어 오르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을 때 나는 밖으로 나가 나무에게 넋두리를 하곤 했지. 사람이 아닌 나무에게 말이야. 당신이 내 고통과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까? 별로 기대하지 않아. 남들과 자신을 속이는데 익숙한 당신이 타인의 눈물에 공감하는 연극연출가라는게 참 우스워. 당신이 오랫동안 명예 속에서 승승장구 하는 동안 나는 그 충격의 후유증으로 학교 졸업 후 내 길을 제대로 갈 수 없었어. 동기들과도 연락을 끊다시피 살아왔지. 내 삶을 할퀴고 간 폭풍의 한 가운데에서 나는 마치 살아도 죽은 것처럼 숨죽이며 살아왔어. 내 안에 한번 또아리를 튼 그 상처는 계속 나의 발목을 비틀어대며 나를 주저앉게 했어. 처음에는 당신과 학교에 대한 분노에서 자기합리화로, 후회로, 무기력으로…. 내 것도 아닌 오욕의 십자가를 그만 내려놓을래.

당신은 알아야 해. 당신은 잘못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누려왔다는 것을. 그래서도 안되겠지만 만약 당신이 국립극장장이 된다면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갖게 되겠지? 무서운 일이야. 이것이 내가 당신을 세상에 알리는 이유야. 아직 내 숨통이 남아있을 때 나는 말을 해야겠어. 그리고 다시 살아나고싶어. 교수의 성폭력에 너무나 관대한 학교도 변해야지. 연극계와 사회도 마찬가지고. 누구도 함부로 권력을 가지고 성적으로 상대방의 인격을 유린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만들어져야해. 이젠 바로 잡자, 더 늦기 전에. 미투 세상이 나 혼자 할 수 없었던 그 일을 도와줄 거라 믿어.

김석만 선생, 당신도 이제 멈출 시간이야!

끝으로 학교 졸업하면 찾아오라고 했지, 잠자리에서 끝내주게 해주겠다고. 분명히 말해두지만 당신은 내 타입이 아니야!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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